회사 입장에서 근로자의 무단 지각‧조퇴 등 근태 불량, 횡령 등 비위행위를 이유로 징계를 해야 하는 경우는 근로자와 회사 사이의 문제이므로 근로자의 귀책사유 유무를 가려 문제를 해결하고 그 징계 수위가 적정한지만 고려하면 되는 것이라 절차 규정만 제대로 돼 있다면 사건 처리에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이나 집단괴롭힘 등과 같이 근로자와 근로자 사이에 발생한 문제를 회사에 신고하는 경우는 회사가 두 근로자 사이에서 심판을 맡는 형국이 돼 사건 처리에 매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사건의 예민함을 간과한 관계자의 발언 때문에 말 그대로 엄청난 뒷감당을 요구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근로기준법 제23조 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 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93조는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과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에 대한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을 작성해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법령들이 강조하고 있는 법적 의무의 엄정함을 고려하면 회사는 피해자(신고자 포함) 편에서 이러한 사건들을 엄정하게 처리해 나가야 할 것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가해자 잘못을 단정하고 피해자 편에만 서기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대표를 몰고 간다.
피해자가 제대로 된 증거를 확보해 신고를 해줬다면 문제는 한결 쉽겠지만 퇴사를 눈앞에 두고 감정적으로 신고를 한 경우에는 오히려 가해자가 하는 변명들이 더 그럴 듯한 경우도 많고 피해자가 회사를 다니면서 보여줬던 근태나 업무 실적 등에 비춰 도저히 그 말을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고통을 호소하며 법률에 규정된 보호를 강하게 요청하는 피해자와 당장이라도 억울함에 극단적 선택이라도 할 것 같은 가해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되고 결국 그사이에 지지부진한 사건 처리에 실망하고 먼저 칼을 빼 들고 당사자 중에 한 명이 먼저 외부에 형사고소를 하면서 사건은 점점 실체적 진실보다는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실게임으로 변모하게 된다.
대표에게는 이보다 더 끔찍한 시나리오는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솔직히 피해자와 가해자 중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고 서로 원만하게 잘 정리되면 좋겠다는 마음뿐이겠지만 법률은 회사에서 그러한 문제들을 1차적으로 확인하고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통상 스타트업은 회사를 설립하면서 인사‧노무와 관련된 분야는 소위 표준 양식들로 신고의무를 채워나간다. 오래된 중소기업들은 설립 당시에 이슈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규정이 더 부실한 경우도 많다.
창업의 첫 발걸음을 떼고 난 뒤 아직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 취업규칙을 비롯한 사내 규정들을 완비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가장 많이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국가는 회사에 점점 더 많은 공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창업의 기술적·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관심과 비용만 투입했으면 완비됐을 내부 시스템의 미비로 회사가 흔들리고 무너진다면 얼마나 큰 사회적 손실인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