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금융지주 회장들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당국발(發) '외풍' 논란이 거세다. 과거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관료 출신들이 맡아온 전례를 본다면 올해 말 첫 순번을 맞는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자유로울 수 없지만 호실적을 지지 기반으로 세운 손 회장의 맞상대 하마평이 흘러나오지 않으면서 손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은 힘을 받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 14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손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들에 대한 인선 절차에 들어갔다. 손 회장 임기가 연말에 마무리되는 만큼 농협 임추위가 다음 달 중하순께 최종 후보를 추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손 회장 연임에 가장 큰 동력은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다. 손 회장 임기 첫해인 지난해 농협금융은 2조2919억원이란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2018년 처음으로 순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한 뒤 3년 만에 '2조 클럽'도 돌파했다. 여기에 올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순이익만 1조9719억원으로 이미 2조원에 육박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 경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여기에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주요 평가 지표 중 하나인 수익 효율성 지표도 양호하다. 손 회장 취임 전인 2020년 7.87%였던 농협금융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지난해 9.89%를 기록한 뒤 올해 3분기 누적으로 11.03%에 달했다. ROE 10%는 자본을 1000원 투자해 수익 100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실적은 손 회장 연임에 상당한 힘을 보태줄 전망이다.
또한 금융지주 회장이 농협중앙회장 임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고려할 요인이다. 과거 새로운 중앙회장이 선출되면 지주 회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들도 함께 교체되곤 했다. 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기 금융지주 회장이 등장한다고 해도 중앙회장 임기가 마무리되는 1년 뒤에는 지주 회장 임기를 보장받기 어렵다.
다만 농협금융은 손 회장 선임 이전까지 대부분 옛 재무부 관료 출신들이 수장 자리를 채워왔다는 점이 변수다. 재무관료 출신들이 수장 자리에 오른 사례가 많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당국발 외풍에 가장 취약한 만큼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