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사람은 지문, 반려동물은 코주름"...아이싸이랩, 멍냥이 등록·보험 시대 연다

2022-11-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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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인 아이싸이랩 대표(서울대 수리과학부 명예교수) 인터뷰

2005년 제자들과 벤처 창업...AI 생체인식 주력

반려동물 코주름으로 개체 식별 가능 입증...정부 규제완화로 2년간 사업화

코주름으로 불편한 칩·목걸이 대체, 반려동물 보험과 생애 관리 시대 선도

반려동물 등록을 위해 큰 주사기를 이용해 목덜미에 작은 칩을 넣거나 분실 위험이 큰 목걸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질 전망이다. 최형인 서울대 수리과학부 명예교수가 지난 2005년 서울대 수학과 교수 겸 수학연구소장으로 재직 중 창업한 인공지능(AI) 기반 생체인식 기업 '아이싸이랩'이 반려동물의 '비문(코주름)'을 활용한 반려동물 등록 서비스로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규제 샌드박스(규제완화) 실증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싸이랩이 사람의 지문처럼 동물마다 비문의 형태가 다르며 비문을 개체 식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에 따른 성과다. 아이싸이랩은 별도의 단말기 대신 스마트폰과 AI를 활용해 개별 동물마다 고유한 비문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비문인식 기반 반려동물 등록 서비스 '애니퍼피(AniPuppy)'를 출시하고 2년 동안 반려동물 등록 서비스 실증 사업을 진행해 비문이 반려동물등록 수단으로 유효한 개체인증(ID) 수단임을 정부와 시장에 알릴 계획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유기와 실종을 막기 위해 동물보호법에 따라 지난 2014년 무선식별장치(RFID)를 동물 체내에 넣거나 목걸이에 인식표를 거는 형태로 동물 등록이 의무화됐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동물 체내에 넣는 것은 부정적인 인식이 컸고, 목걸이는 분실 및 파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싸이랩이 개발한 비문 등록 앱과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반려동물 등록과 확인을 함으로써 등록률이 늘어나고 지자체의 반려동물 등록관리 업무가 효율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최형인 대표와 일문일답.
 

최형인 아이싸이랩 대표이사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Q. 아이싸이랩은 어떤 회사인가.

"수학 기반 AI 연구와 응용 기술을 활용한 반려동물 비문 ID 인증 서비스 및 반려동물 생애주기 데이터 사업을 펼치는 회사다. 현재 국내 본사와 베트남 법인을 포함해 40여 명의 수학·컴퓨터 과학 박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구성원으로 두고 있다."

Q. 대학 교수 재직 중 아이싸이랩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대표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서울대 수학과 재직 중 국내외 많은 기업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를 얻었다. 이에 2005년 제자들과 함께 벤처회사인 아이싸이랩을 설립했다. 지금도 많은 제자가 아이싸이랩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Q. 반려동물 비문으로 등록과 관리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아이싸이랩의 연구팀은 2000년대 초부터 사람의 생체인식을 연구했다. 2012년 반려견 비문이 사람의 지문과 발생학적으로 동일하고 개체 식별수단으로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는 다수의 수의학 교재들과 캐나다 애견협회가 반려견 개체 등록에 비문 탁본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비문인식 관련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Q. 실제 사업화에 나서면서 겪은 어려움은.

"국내에선 2014년부터 동물보호법에 따라 RFID 기반으로 반려동물 의무등록을 시행 중이나 칩 삽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인해 등록률이 저조한 편이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다고 하지만) 현재 비문은 동물보호법상 정식 등록방식이 아니어서 실제 반려동물 산업 적용에 여러 어려움이 있다."

Q. 과기정통부 규제 샌드박스 선정으로 비문 ID 사업화의 길이 열렸다.

"먼저 2년동안 지자체와 협력해 등록견과 미등록견을 대상으로 비문인식기반 반려동물 등록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을 진행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가 RFID 기반 동물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000만 마리가 넘는 반려견이 있음에도 다양한 RFID 규격과 수많은 등록 기관이 있어 등록과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비문이 전세계 동물 등록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반려견이 비문을 기반으로 개체마다 ID를 부여받으면 정확한 개체관리가 가능해질 것이고 반려동물 의료, 보험, 헬스케어, 미용, 호텔 등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보험사 1사 1라이선스가 풀리면 생보사도 자회사 설립을 통해 펫보험 등 특화된 손보 상품을 다룰 수 있으며, '반려인+반려견 결합상품'을 출시하는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 업체들이 (사람처럼) 반려동물 개체별로 이력관리를 하고 입양부터 장묘까지 전주기 생애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며, 반려동물 전체 복지가 향상되고 산업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Q. 아이싸이랩의 향후 사업 목표와 성장 계획은.

"애니퍼피를 기반으로 다양한 B2C(대 이용자 거래), B2B(대 기업 거래), B2G(대 정부 거래), B2N(대 비정부기구 거래) 사업을 시작하고, 미국을 필두로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B2C의 경우 애니퍼피 가입자를 지속해서 확대해 구글·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을 꾀할 계획이고, B2B의 경우 금융·보험사등에 비문 ID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반려동물 보험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B2G는 정부의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 지정과 NET(신기술)인증 제도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아이싸이랩의 기술과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반려동물 비문을 인식하는 모습. [사진=아이싸이랩]

Q. 아이싸이랩이 반려동물 비문을 인식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어떤 원천기술이 있나.

"아이싸이랩은 3D 기반 생체인식과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다년간 필드 테스트를 진행, 99.99%의 정확도로 비문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과 경제성 구현했고 서비스화에도 성공했다.

일례로 아이싸이랩은 비문인식 및 등록에 관한 원천 특허를 한국(9개), 미국(5개), 일본(2개), 캐나다(1개), 유럽(1개) 등에 18개 등록했고, 다수의 추가 특허를 출원 중이다. 이러한 원천 특허는 향후 아이싸이랩이 국내외에서 반려동물 비문 등록 사업을 전개하는 데 핵심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현재 개를 대상으로 비문 등록을 하는데, 다른 종은 불가능한가.

"반려동물로 개가 가장 많아서 개를 먼저 등록하는 것일뿐 다른 동물도 비문을 통한 개체 식별이 당연히 가능하다. 향후 고양이, 소 등에도 적용 예정이다."

Q. 비문 등록은 생후 몇 개월이 지나서 해야 하는가.

"동물보호법상 동물등록은 생후 2개월 이상 개를 대상으로 한다. 비문은 생후 1개월부터 생성되는 만큼 동물등록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건국대 수의대 및 동물병원과 함께 비문의 유일성과 불변성 관련 연구를 해 대한수의학회에서 발표하고, MDPI 애니멀에 기재했다. 주요 내용은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자매도 비문이 서로 달랐고, 같은 개체를 생애 여러 번 촬영해도 비문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Q. 비문을 포함한 반려동물 산업 전체의 성장을 위해 정부와 어떤 협력을 하고 있나.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동물 복지를 위해 비문 기반 동물등록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이를 2024년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싸이랩은 △농림축산식품부 '비문 기반 반려동물 등록 운영체계 및 등록시스템 연구개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생체인식 기반 반려동물 개체식별 표준화' 등 정부의 비문 등록 관련 중요 사업을 수행한 경험을 살려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Q. 사업 확장을 위해 추가적인 투자를 받을 계획은 없나.

"그동안 별다른 투자 유치 없이 연구개발과 서비스 상용화를 해왔다. 이제 본격적인 국내외 사업 전개를 위해 별도의 법인 설립과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현재 아이싸이랩 지분은 대표와 특수관계인(68%), 전현직 임직원(27%), 외부투자자(5%) 등이 나눠 갖고 있다."

Q. 비문 외에 다른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가.

"아이싸이랩은 자체 AI 플랫폼 '마에스트로 AI'를 기반으로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산업 분야 등에 적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만들었다. 이미 여러 기업에 AI 솔루션을 제공 중이며, 비문 ID와 별도의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최형인 아이싸이랩 대표는

1953년생인 최형인 대표는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미국 UC버클리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에서 종신교수를 포함해 10년간 재직한 후 서울대에 부임해 수리과학부 교수와 수학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제48회 대한민국학술원상 자연과학부문(2003년)과 대한수학회상 학술상(2014년)을 수상했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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