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무너지는 한국 수출…대안 시장 찾아야

2022-11-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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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한국 수출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8개월 연속 무역적자에다 올해 11월 20일까지 무역적자 규모가 400억 달러에 달한다. 연간 최대 적자를 보였던 1996년(206억2000만 달러 적자)의 2배를 넘어서 사상 최대 적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있긴 하지만 경쟁국인 중국·일본과 비교해봐도 우리 수출의 둔화세가 더 두드러진다. 특히 10월 이후 두 달 연속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중국의 경우 10월 수출이 29개월 만에 전년 대비 0.3% 감소했지만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일본도 우리와 유사하게 적자 규모가 크긴 하지만 수출 증가세가 우리보다 낫다. 또 다른 경쟁국인 대만의 수출까지 우리보다 호조세다. 주력 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크게 밀린다.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원인을 꼽자면 크게 두 가지가 지적된다. 하나는 주력 상품인 반도체와 다른 하나는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 상품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시장 상황이 단기간에 급변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수출이 계속 고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반도체 수출 부진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로 인한 봉쇄 지속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팬데믹 이후 재고 소진 과정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내년에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전체적으로 수출 시장이 낙관적이지 않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당분간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내외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원자재 가격도 하락 추세여서 수출만 안정적으로 늘려가면 무역수지는 흑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당분간 쉽게 회복되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시진핑 3기가 공식 출범하였지만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여건이 그리 밝지 않다. 코로나 확진자 수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봉쇄가 완벽하게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로 인해 중국의 소비는 계속 부진하지만 소비자들의 자국 상품을 선호하는 애국 구매는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망 불안은 계속되겠지만 국내에서 부품 혹은 장비를 조달하는 홍색 공급망이 탄탄해 한국산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갈수록 힘든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 수출이 일시에 그리고 지속해서 줄어드는 것이다. 현상 유지를 하면서 시장이 풀릴 때를 대비해 여력을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의 부진을 2대 시장인 미국에서 최대한 만회해야 한다. 미국의 중국 상품에 대한 압박 공세를 반사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마케팅 공세가 중요하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수혜 품목에 대해서는 현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피해 품목은 정부가 외교력을 총동원하여 손해를 최소화하거나 적용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가 단순히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이 아닌 국내 수출과 연계가 될 수 있도록 공급망 및 가치사슬 고리를 더 촘촘하게 짜야 한다. 특히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우리 쪽으로 갖고 올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주력 수출 시장 상황에 변화가 생긴 만큼 이에 대해 탄력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는 전략적 수정과 기민한 대처는 지극히 당연하다.

동남아 시장 균형적으로 접근, 일본 시장 틈새 노리면서 전통 시장 공세 강화해야
 
4위로 내려앉아 있는 일본 시장에 관한 관심을 다시 높여야 한다. 수출 시장으로 관심 밖에 있다 보니 대일(對日) 무역적자(연간 240억 달러 내외)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 쇼로 일본 상품 혹은 부품·소재 불매 운동을 한다고 해서 양국 간 구조적 교역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는다. 수출을 늘려야 적자를 줄일 수 있고, 교역량을 늘리면서 장기적으로 수출입 균형을 찾아가는 노력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일본 시장이 과거와 같이 한국 상품에 난공불락이 아니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생겨나고 있다. 대승적인 관점에서 정치적 화해가 만들어져야 하고 양국 기업인 교류를 활발하게 재개해야 한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일 협력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동남아와 인도 시장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시장이다. 3위 수출 시장으로 부상한 베트남에 대한 수출은 계속 늘려가야 한다. 다만 이 지역 시장에 베트남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시장도 유망하다. 단순히 생산거점으로만 간주할 것이 아니라 급증하고 있는 중산층 소비 심리를 공략할 수 있는 균형적이면서 전방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 지역에서 생겨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를 우리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호혜적인 시그널을 계속 던져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거나 탈(脫)중국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새롭게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정부나 관계기관의 세심한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 지역에서 1990년대에 우리가 누렸던 지위의 복원이 가능해지는 시기다.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으로 중동 시장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고유가 지속으로 중동 시장의 프로젝트 발주와 상품 소비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중동 최대 부국인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 건설에 한국 기업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2의 중동 붐’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가 레벨의 종합적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이 월등하다. 빈 살만이 한국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적 강자인 유럽이나 미국, 심지어 일본까지도 우리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저가 공세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이 잠재적인 경쟁국이다. 8월에 이어 11월 말에 시진핑 주석이 다시 사우디를 방문한다. 중국과 차별화를 하면서 원팀으로 중동 시장 진출 채비를 서두르면 승산은 충분하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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