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1916~1984)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하늘빛 청자>에서 고려청자의 비색(翡色)을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먼 산마루 위에 담담하고 갓맑은 하늘빛’이라고 표현했다.
은은하면서도 맑은 비취색을 띤 절정기의 고려청자인 비색청자가 관람객에게 위로를 전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새롭게 단장한 ‘청자실’을 공개한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22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도자기 등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청자를 꼽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수한 청자가 많다”라며 “청자가 빛에 민감한 것을 고려해 본 모습을 전하기 위해 힘썼다”라고 말했다.
강경남 학예연구사는 “맑은 태양광 아래서 청자를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이애령 부장님 등과 몇 날 며칠 고민을 했다”라며 “조도를 낮춰 관람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고려는 중국의 자기 제작 기술을 받아들인 뒤 10세기 무렵 청자와 백자를 만들어냈다. 특히 12세기에는 은은한 비취색을 띠는 비색 청자를 완성했으며 다양한 모양의 상형 청자도 제작했다.
1123년 고려를 찾은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이 남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송나라 청자의 색과 구별하기 위해 고려청자의 색을 '비색'이라 불렀다고 돼 있다.
몰입형 감상공간인 ‘고려비색’에는 비색청자 중에서도 비색과 조형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상형청자 18점(국보 5점, 보물 3점 포함)을 엄선하여 공개한다. 세계적인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상형청자 18점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여러 겹의 꽃잎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연꽃, 모란, 국화, 용, 봉황, 학 등 다양한 청자 속 문양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전라북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수집된 상감청자 조각들도 특별히 전시된다. 현재 조각으로는 남아있으나 완형의 예가 전하지 않는 유일한 것들이다. 이 상감청자 조각들에는 파초잎에서 쉬는 두꺼비, 왜가리가 노니는 물가풍경 등 자연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아울러 이번 청자실 개편에서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점자지도와 상감청자 제작과정을 담은 촉각 전시품 등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