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스탠다드빌딩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주최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일부가 참여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회견에는 대표 발언자로 나선 유가족 6인 등 유가족 총 28명이 참여해 참사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관련 심경을 공개했다. 이들은 참사 후 24일이 지났는데도 참사와 관련한 대책과 유가족 협의체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후속 대응을 요구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유가족들의 흐느낌이 그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국적 희생자인 김인홍씨 어머니가 가장 먼저 심경을 전했다. 그는 “아들이 연세어학당에 공부하러 왔다가 희생됐다. 나라를 이끄시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희생자 이상은씨 아버지도 딸에게 전하는 편지를 통해 “참사 다음날 딸이 가고 싶어하던 회사에서 합격 소식을 알리는 문자가 왔는데 전해주지 못해 안타까워 통곡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말씀해 달라”고 했다.
희생자 이민아씨 아버지도 “당일 경찰이 기동대를 투입하지 않은 것은 일반 시민 안전보다 시위 관리나 경호 근무에 매몰돼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질타했다. 이어 “유족들 모임 구성,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 확보도 없다. 사고 발생 경과 내용, 수습 진행 상황, 피해자의 기본 권리 안내 등 기본 조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희생자 송은지씨 아버지는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에 의한 간접 살인”이라면서 그는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떠벌린 이상민 행안부 장관, 보고 받은 적 없다고 일관하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서장 이임재, 112 치안종합상황실장 류미진 등에게 우리 아들딸의 생명이 꺼져갈 때 뭐 했느냐고 묻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배우 이지한씨 어머니도 “158명을 생매장한 사건이다. 참사 당일 오후부터 조치가 이뤄졌다면 희생자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참사는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민변은 TF 구성 후 이날까지 희생자 34명 유족 요청으로 관련 소송 등 법적 대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관련 희생자 유족들과 접촉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민변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제시한 6가지 대정부 요구사항도 발표했다.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이다.
서채완 민변 변호사는 “앞으로 어떤 법적 조치를 할지는 유족들과 협의한 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