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초석' 윤관 전 대법원장 별세...향년 87세

2022-11-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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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특허·행정법원 신설

"사법부, 어떤 간섭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

故윤관 전 대법원장 [사진=대법원 제공]


제12대 대법원장을 지낸 윤관(87) 전 대법원장이 1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7세다.

1962년 광주지법 판사로 판사 생활을 시작해 38년간 판사로 봉직한 고인은 1993년부터 6년간 제12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고인은 격변의 시기에 대법관과 대법원장을 지냈다. 1986년 대법관에 임명된 그는 1989년부터 제9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된 14대 대통령선거(1992년)를 관리했다. 당시 "역대 선관위원장 중 가장 안정적으로 선관위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고인이 대법원장이었던 1997년 대법 전원합의체는 군사 반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각각 무기징역, 징역 17년을 확정했다.

고인은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사법 제도 개혁과 사법부 독립성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7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를 판사가 직접 심문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불구속 재판 확대로 이어졌다. 서울민사·형사지법을 통합한 서울중앙지법을 출범 시키는 등 사법개혁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아가 사법부 위상을 높이는 차원에서 대통령 해외 순방 때 대법원장이 공항에 나가는 관행을 없앴으며 대법원장실 등에 걸었던 대통령 사진을 떼도록 했다. 또 특허·행정법원과 시·군법원을 새로 만들어 법원을 전문화하고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였다.

고인은 법관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법원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도 취했다. 또 대법원장 6년간 매일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배달시켜 집무실에서 혼자 해결했다. 공식 일정을 빼면 외부인은 물론 내부와 접촉도 자제했다.

퇴임 한 달 전 처음이자 마지막인 외부 강연에서는 "사법권이 정치권력, 단체, 여론 등 어떤 간섭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했다. 퇴임사에선 "법관이 사명을 다하지 못하면 국민이 믿고 의지할 마지막 언덕마저 잃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은 37년 법관 생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오현 여사와 아들 윤준 광주고등법원장, 윤영신 에듀조선 대표(전 조선일보 부국장) 등 4남.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고, 대법원은 법원장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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