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4일 그랜저 7세대인 ‘디 올 뉴 그랜저’를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6년 만에 나온 그랜저의 완전변경 모델로 사전계약은 출시 전부터 8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국내 사전계약 최대 기록인 ‘아이오닉6’의 계약 건수(4만7000대)보다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신형 그랜저의 이 같은 인기는 3000만원대의 가격과 넓은 공간이 영향을 미쳤지만, 그릴의 변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육각형 그릴은 사각의 그릴·헤드램프·범퍼 일체형으로 변화했다. 대부분의 차량이 그릴과 헤드램프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과 다른 파격적인 변화다. 기존 그랜저의 중후함보다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전면부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릴은 첫눈에 가장 잘 보이는 전면부의 핵심 디자인인 만큼 차 전체 이미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는 준중형·승용형 다목적차(SUV) 차량은 볼륨을 가진 파라메트릭 그릴을, 대형 차량은 입체적인 메시 패턴의 그릴을 적용해 차별화하고 있다.
BMW가 내놓은 iX 전기차 그릴의 경우 수평형에서 수직으로 더 길어지고 거대해져 ‘돼지코’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적어도 브랜드 각인 효과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그릴에는 센서, 레이더, 카메라가 부착됐다. 운전자의 주행보조 기능을 적용해 일종의 지능형 패널 역할을 한다. 판매량에는 긍정적인 시장 반응이 반영됐다. BMW는 올해 10월까지 해당 그릴 디자인이 적용된 X7 등 판매에 힘입어 판매량 6만4504대를 기록해 벤츠코리아(6만3791대)를 추월했다. 올 연말 출시가 예정된 ‘i7’에도 돼지코 모양의 그릴 디자인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는 과거 그릴 디자인이 투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르망 콰트로’ 콘셉트 차량부터 ‘육각형 싱글 프레임’ 그릴을 적용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000대에 못 미치는 판매량이 현재는 1만대를 훌쩍 넘겨 수입차 판매 3위 브랜드에 올라섰다. 렉서스 역시 모래시계 모양의 ‘스핀들 그릴’로 바꾸면서 밋밋하다는 인상을 지워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외관 디자인을 넘어 각종 기능이 담긴 그릴이 앞으로 완성차 업계의 주된 개발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외부 환경, 주행모드,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디지털 그릴과 음향시스템, 조명이 적용된 그릴 등 미래차 그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