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구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폭락에도 이달 들어 서학개미(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나스닥100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이들 기업 주식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다. 저점매수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11월 1~10일)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 상품은 나스닥100지수 상승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쉐어즈 QQQ ETF(울트라프로·울트라·쇼트) 상품이었다. 개별 종목 중 1위는 '프로쉐어즈 울트라프로'로 해당 상품에만 1억2835만 달러(약 1765억4980만원)를 썼다. QQQ 3가지 상품에 서학개미들이 투입한 금액은 총 1억3263만 달러(약 1826억4526만원)로 1위 상품에만 96%가 쏠렸다.
순매수 2위는 테슬라로 서학개미들이 총 8521만 달러(약 1173억8064만원)를 순매수했고, 그 다음은 아마존(472억1987만원)·애플(380억8388만원)·메타(페이스북 모회사·323억9322만원)·알파벳(구글 모회사·218억5698만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주(10월 28일~11월 3일)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메타'로 총 2635만8776달러(약 363억2239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기존에 50위권 밖에 있던 메타가 1위에 등극한 이유는 기업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해당 기간은 빅테크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이뤄진 주였다. 서학개미들은 메타의 실적 하락에 따라 주가가 떨어지자 오히려 저점매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이유로 알파벳은 4위에 올랐다. 의결권이 있는 '알파벳 Class A' 순매수액은 약 1507만 달러(약 213억원), 의결권이 없는 '알파벳 Class C'는 409만 달러(약 58억원)로 두 종목 순매수액을 더하면 테슬라(1604억 달러·226억원)보다 많았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메타는 전일 대비 5.18% 오른 101.47달러(약 14만원)에 마감했다. 반면 아마존과 애플은 전날보다 각각 -4.27%, -1.78%로 부진했다. 아울러 나스닥 하락에 따라 1위 매수 종목인 프로쉐어즈울트라 프로 QQQ 상품도 전일 대비 6.98% 하락 마감했다.
올해 보관금액은 지난해 대비 하락했다. 지난 8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약 785억 달러(약 108조4870억원)이다. 지난해 보관금액 규모인 1000억 달러(약 138조원)와 비교하면 약 20% 줄어든 수치다. 보관금액이 줄어든 이유는 투자자들의 저점매수에도 시가총액 감소로 평가액이 낮아져서다. 글로벌 증시 부진에 따라 기술주들도 덩달아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저가 매수는 전략이 아닌 일종의 도박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고려해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종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하락은 거시경제 측면에서 영향도 있지만 플랫폼 간의 경쟁 심화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며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기업의 모멘텀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점 대비 많이 빠졌으니 사자는 식은 베팅이자 묻지마 투자와 다름없다는 의미다.
빅테크 기업들의 저점매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있다. 앞으로의 미래 산업 투자 때문이다.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적 악화에도 메타와 구글은 인공지능(AI) 투자와 서버 네트워크 구축 등 계속해서 설비투자(Capex)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앞으로의 투자 역시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