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재난안전법 정비해야"…'지나친 통제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2022-11-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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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4인이 말하는 '제2 참사' 막을 대안은

통제·관리 책임질 '주최 없는 행사' 법의 사각지대… 입법공백 메워야

법 규정 잘 작동됐나 살피는게 급선무…"자율적 질서유지 강화부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희생자 156명이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책임을 일부 인정했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은 머리 숙여 사과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제2의 이태원 참사 방지를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지나친 통제가 되지 않게 기존 법 테두리 안에서 자율적 질서 유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한다.
 
2일 본지는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학과 교수,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염건웅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 홍지백 대한변호사협회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전문가 4명에게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기 위해 어떤 예방책이나 대안이 필요한지 등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봤다. △무너진 질서 유지 △사고 사전 예방 미흡 △사후 대처 미흡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 등 관계 당국이 사고 발생 전후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한 대안 방안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먼저 '주최 없는 행사'가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법 테두리 안으로 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들은 수많은 인파가 집중적으로 운집했는데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등 책임지는 주최자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주최자 없는 다중 운집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안전법 등으로 조속히 입법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백 위원장은 "재난안전법이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다중 운집 상황에서는 압사뿐 아니라 여러 유형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질서를 유지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종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재난안전법 체계 내에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건웅 교수는 또 다른 접근을 제시했다.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해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통제·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경찰이 일부 책임을 인정했지만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역인 서울시와 용산구 등도 책임을 100% 피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염 교수는 "대규모 행사나 축제에서 동일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면 제도적인 보완책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조례 개정으로 지자체에서 안전 대책 수립 등을 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안전법상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은 국가와 지자체에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행사 주최자가 없었기 때문에 재난안전법상 국가와 지자체가 국민 생명과 신체 등을 보호할 의무를 지게 된다는 것이다.

재난안전법 제4조는 '국가 등의 책무'를 규정하면서 △국가와 지자체가 재난이나 그 밖의 사고에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져야 하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어 재난관리 책임기관장은 소관 업무와 관련된 안전관리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며,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와 시‧군‧구는 재난과 안전관리 업무에 협조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문현철 교수는 "현재 재난안전법에 규정돼 있는 것들이 잘 작동됐나 안 됐나를 살피는 게 급선무"라며 "서울시와 용산구가 재난 예방에 대비·대응하거나 복구하는 시스템을 잘 작동하게 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난안전법상 다 나와 있는 내용인 만큼 지역 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런 체계가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나친 법·조례 개정 등은 국민을 통제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승재현 박사는 "자발적 시민 모임은 위험 요소를 낮출 자율적인 질서 유지가 필요한데 이는 법 이전 문제"라며 "법이 만들어지면 통제적인 관점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법이 되면 너무 엄격해져 행사마다 유연한 대응을 못할 수도 있다"며 "자율적인 질서 유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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