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횡재세' 카드로 정유사에 으름장을 놓았다. 고유가로 미국 사회의 물가가 불안정한 가운데 정유사가 막대한 수익을 내자 경고한 것이다. 이를 두고 현지 매체들은 법안 도입 시사가 아닌 중간 선거를 위한 여론전으로 분석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석유 산업은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인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유사는) '공정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이익은 전쟁으로 인한 횡재"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옵션을 검토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며 "정유사들이 전쟁을 틈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중단하고 이 나라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미국인들에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정유사가 이렇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고 횡재세 도입을 시사했다.
현재 세계 유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의 원유가 시장으로 나오지 않고 있고, 세계 곳곳의 원유 유통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날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87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5월(배럴 당 37.84 달러)과 비교하면 유가는 2배가 넘게 올랐다. 지난 5년간 유가는 대부분 배럴당 60~70달러를 오르내린 것을 감안하면 유가가 크게 뛴 것이다.
유가가 오른 틈을 타 정유사는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엑손 모빌은 지난 3분기에 약 200억 달러(약 28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동기 대비 3배나 많은 수익이다. 쉐브런은 지난 3분기 112억 달러의 이익을 보고했다. 쉘은 94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빅테크 등 주요 기업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는 가운데 정유사는 유가 상승으로 반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유가 상승은 중간선거를 목전에 둔 바이든 행정부에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유가는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요인인 동시에 유권자 피부에 직접 와닿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유사 견제를 위해 횡재세까지 언급한 배경으로 여겨진다.
다만 미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실제 횡재세를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원과 하원을 민주당이 모두 장악한 현재 의회 구도에서도 상원에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는 60표가 필요해, 공화당에서 최소 10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이 당 차원에서 횡재세에 반대를 표하고 있어 이탈표를 기대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NYT)는 "실제 정책을 시행하기보다 정유사에게 압박을 가하는 움직임이다. 의회가 회기 중에 있지도 않고, 상원과 하원 둘 중 하나라도 공화당에게 진다면 횡재세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물가 상승으로 인한 대중의 분노를 정유사로 돌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