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과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이 크게 바뀌었다.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면서 홀로 사는 데 익숙하고 온라인 세상에 빠져 살고 있다. 따라서 가족, 애인을 위한 시간이 사라지고 나 홀로 일에 열중이다.”
이는 스위스의 청년연구가이자 저술가인 클로에 얀스가 분석한 내용이다. 심지어 Z세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 ‘나 홀로 존재’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이 좋은 것은 먼저 다른 압력이 없고, 부족하고 경험이 적어도 편안하고, 주류가 아니어도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심리학자들 분석에 따르면 “Z세대는 연애, 결혼, 사귀는 것이 일반적이 아니라 오히려 특별하다”면서 “연애가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편하게 혼자 살아가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 다시 Z세대에 대한 많은 연구와 언론 특집기사가 게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 ‘2022년 독일 청년보고서’와 유럽의 권위지인 스위스 노리에 취리히 차이퉁(NZZ)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의 ‘Z세대 특집기사’ 등을 들 수 있다. 조사기관 엘리트파트너와 FAZ에 따르면 독일 Z세대 50% 이상이 연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유럽 Z세대의 정신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쟁 후유증으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미래가 불안하면서 Z세대의 가치와 생활양식이 다시 한번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독일·스위스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이웃나라 일본 등 산업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Z세대는 20대 후반까지로 밀레니엄(Y세대)을 잇는 인구 집단을 말한다. Y세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이주했다면,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린다. 인터넷과 정보기술에 친숙하며, TV‧컴퓨터보다 스마트폰, 텍스트보다 동영상 콘텐츠를 선호한다. 유튜브에 익숙하고 ‘누구나 스토리·콘텐츠를 생산·소비하는 크리에이터 세대’이다.
Z세대는 비교적 경제적 호황기에 자랐고, 부모세대 X세대는 2000년대 말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Z세대와 부모세대와의 가장 큰 차이는 부모세대는 이전 세대에 복종했지만, Z세대는 부모가 비록 ‘싫어하더라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대표적인 예로 ‘왜 결혼을 하지 않는가?,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같은 질문에 그들은 ‘분노’(?)까지 느낀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 X세대와 자녀 Z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연애, 결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다. 부모세대는 거의가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순리 내지 기본이라고 생각했다면, Z세대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
독일조사연구소는 남녀 18~29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남녀가 사귀어 행복하지 않고 불행한 것보다 싱글로 노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발표했다. 연애하지 않고 나 홀로가 일반적이라는 인식이다. 그 이유를 크게 2가지에서 찾고 있다. 먼저 부모세대의 다수가 이혼했고, 홀로 Z세대를 키웠고, 그리고 Z세대 나이가 성인이 되었어도 아직 아이로 생각해 대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철학자 에드가 모랭이 경고한 “늙은 아이들이 애 같은 어른들에게 제발 나잇값하며 살라” 했다는 문구가 와 닿는다. 또 프랑스의 유명 작가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책에서 “68학생 운동세대들은 콘돔과 발기제라는 이중 축복 속에 성적 자유를 누렸고, 많이 이혼했다”면서 “자식세대는 공식적 가르침보다 반항으로 정반대로 행동한다”고 진단했다. 부모세대의 이혼과 Z세대의 나 홀로 살기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Z세대에게 ‘내편이 있고 없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가족의 고통, 실망, 이혼 등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이어 경제적인 이유로 취업이 어렵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고, 노후 걱정도 되고, 연애와 결혼, 그리고 아이를 키울 생각도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Z세대는 연애를 하더라도 자유롭고 편한 상대로 언제든지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독일 심리학자이자 연애코치인 크리스티나 배크 박사는 “몇 주 만나고, 식사하고, 섹스 하더라도 진정하게 파트너로 생각하고 사귀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연애함으로써 동반되는 의무와 기대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연애하더라도 자유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언제든 편하게 만나고 섹스하고 헤어질 수 있는 장점을 누리는 것이 유럽 Z세대 싱글의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Z세대는 예속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더 많은 자유와 더 많은 욕망과 소유를 추구하면서 과잉 풍요로 말미암아 오히려 남과 비교되고, 그들이 더 많이 누리게 되면 질투를 느껴, 연애하게 되면 그곳에 머물게 되는 두려움으로 인해 나 홀로 삶을 강요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연애하기보다는 클럽, 또는 취미 생활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다. 고립되지 않기 위함이다. 고립은 쉽게 선동, 휩쓸리는 포퓰리즘 현상을 낳는다.
부모 X세대와 자식 Z세대와의 또 하나의 큰 차이는 심리적 불안과 더불어 정신적 체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독일 60대는 8%만이 병가(病暇 : 아파서 휴가를 내는 것)를 사용하지만, 30대는 40% 이상이 병가를 사용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그만큼 정신적·육체적 아픔을 자주 겪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독일 Z세대에서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한 ‘소명의식’(Berufung)이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도 나온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 신부가 말한 ‘이 땅에서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되고, 천국에 간다’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 정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위기를 말한다. 따라서 독일 숄츠 정부는 ‘책임공동체’를 말하면서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하게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족, 연애, 싱글 등 다양성의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독일 1662만의 ‘싱글족’을 위한 다양한 정책, 나 홀로 아이 키우기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이 불행한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함이다. 그래서 독일(1.57명) 및 프랑스의 출산율(1.82명)이 한국보다 2배(0.81명)나 높다.
독일의 심리학자 및 연애코치들은 좋은 연애란 “서로 자기편이 되어주고, 일상의 부담을 덜어주고, 책임을 나누는 사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젠더 갈등이 들어갈 구멍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유럽에서 나이 들어 사람을 사귀는 것을 긍정적으로 장려한다. 세상을 어느 정도 경험해 잘 알고, 스스로 활동 공간도 있고, 역량도 있고 파트너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홀로 문화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유행한다. 2040년까지 독신 비율이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사회 역시 나 홀로 가구가 31.7%를 넘었다. 또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1’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초저출산율’처럼 유럽이나 일본보다 우리 나 홀로 가구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정치권의 성별 갈라치기와 일부 사회세력의 성별 혐오 조장으로 나 홀로 문화가 가속화돼 핵가족마저 붕괴되는 최초의 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어느 정치 리더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이에 대한 중장기 대책 연구도 없다. ‘동시성의 비동시성’인 유럽의 인구사회적인 현실이 우리에게 더 악화된 다가오는 미래일 수 있다. 이래저래 나라가 걱정이다.
*Z세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 ‘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뜻한다. Z세대는 ‘나답게 사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이다. ‘조용히 그만두기’(직장에서 일을 더 많이 하지 않는다), ‘you아독존’(유튜브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 등 세대를 특징짓는 신조어가 많다. 유럽에서 사회 중심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