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콘텐츠 킹 시대 … '한국판 할리우드'가 필요하다

2022-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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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교수]


오늘날 스토리 및 콘텐츠 산업보다 더 큰 신성장동력은 없다. 2022년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2조6301억 달러(약 3682조1400억원)로 글로벌 완성차 매출액 1조7440억 달러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연평균 5.6%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콘텐츠가 킹(king)이다’에서 ‘스토리가 핵이다’라는 새 슬로건이 부상했다. 스토리 IP(Intellectual Property)가 모든 콘텐츠 제작의 원천 소스이자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 원형이 만화, 드라마, 영화, 책, 캐릭터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유통되고 있다.
스토리 및 콘텐츠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원인과 배경으로는 무엇보다도 디지털 혁명으로 기술 진화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다 어디서든 유비쿼터스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다. 게다가 콘텐츠 산업의 산업유발효과가 5.1배 이상으로 나타나 서비스 산업은 물론 제조업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 고용유발, 수출 등 타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지적이다. K-팝을 시작으로 K-영화, K-드라마 등 K-컬처가 호조를 보이자 K-뷰티, K-푸드까지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전통 호박·잣죽 등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김영태 토리 사장은 “최근 수출 길을 뚫었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에서 참기름·들기름을 생산·판매하는 이웅식품의 이웅 대표는 최근 미국 LA를 방문해 수출 판로를 개척했다. 그는 “현지 반응이 좋다”고 필자에게 설명했다. K-컬처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콘텐츠 소비가 급격하게 늘었다. 게다가 TV 시청 행태가 구독경제로 바뀌고 있다. 넷플릭스, 애플, 월드 디즈니 등 글로벌 차원의 OTT 발전으로 ‘빈지 워칭(Binge-watching)’, 이른바 드라마 16편을 한꺼번에 몰아보기가 급증하고 있다. 필자 주위에서도 하루 16시간 동안 드라마 전체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자랑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콘텐츠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대한민국 역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콘텐츠 생산에서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영어권 최초 미국 애미상 6개 부문을 휩쓴 ‘오징어게임’을 비록해 넥플릭스를 강타한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병우’와 ‘수리남’ 등 한국 제작진이 만든 드라마와 영화 등이 글로벌 OTT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2조6301억 달러(약 3682조1400억원)로 연평균 5.6%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강세다. 특히 애니메이션, 영화 등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어 음악(12.85%), 만화(9.33%) 등 순으로 나타났다.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자료다. 대한민국 K-팝과 만화가 미국, 일본, 유럽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글로벌 차원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콘텐츠 매출액(1조534억 달러)의 선두는 미국이다. 이어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인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에 이어 대한민국이 7위에 올랐다. 

<표 – 주요 국가 콘텐츠 매출액 추이 및 순위>(단위=달러)
 
순위 국가 2022년 2025년 연평균 성장률
1 미국 9519억 1조534억 4.53
2 중국 3939억 4505억 5.49
3 일본 2109억 2144억 2.91
4 독일 1128억 1237억 4.36
5 영국 1136억 1305억 6.10
6 프랑스 782억 878억 5.25
7 한국 679억 759억 4.87
8 캐나다 610억 681억 4.62
9 이탈리아 454억 500억 5.54

 또한 문화관광부가 집계한 2021년 대한민국 국내 콘텐츠 매출액은 136조4000억원으로 집계되었다. 출판, 영화, 드라마, 게임, 광고, 지식 등 총 9개 분야에서다.

하지만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지역 편중이 극심하다. 서울 80조7085억원으로 62.9%, 경기 31조9692억원으로 24.9% 등 합계 87.8%로 나타났다. 나머지 지역은 겨우 1~0.1%인 1조원에서 4000억원 정도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력, 경제, 산업뿐만 아니라 콘텐츠 매출액에서도 서울·경기공화국 위력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표 – 대한민국 지역 콘텐츠 매출액 규모와 비중>
 
순위 지역 매출액 비중(%)
1 서울 80조7085억원 62.9%
2 경기 31조9692억원 24.9%
3 부산 2조2602억원 1.8%
4 대구 1조1114억원 1.4%
5 인천 1조6947억원 1.3%
6 경남 1조4346억원 1.1%
7 대전 1조3444억원 1.0%
8 제주 1조2046억원 0.9%
9 광주 1조20억원 0.8%
10 경북 9196억원 0.7%
11 충남 8536억원 0.7%
12 충북 8274억원 0.6%
13 전북 6278억원 0.5%
14 강원 5519억원 0.4%
15 울산 5259억원 0.4%
16 전남 4527억원 0.4%
17 세종 740억원 0.1%

자료 : 문화관광부 2022년 발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및 스토리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전국 지자체들은 적극적으로 산업 육성과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그러한 행사의 일환으로 부산영화제 및 아시아 콘텐츠 마켓을 들 수 있다. 또한 필자가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한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역시 웹툰, 웹소설,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참여한 대도서관, 어린이 대통령 도띠 등은 상징적인 인물로 성장한 것이다. 또한 최근 경북 안동에서는 ‘글로벌 K-스토리 페스티벌’, 광주광역시에서는 ‘스토리 페스티벌’, 부산에서는 ‘넥스트 콘텐츠 페어’ 등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경북 안동 행사 조직위원장을 필자가 맡아 지역 콘텐츠·스토리 산업 육성, 인재 개발, 글로벌 진출 등에 기여하고자 한다.

향후 대한민국 콘텐츠 및 스토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담대한 새 전략이 필요하다. 크게 3가지 관점에서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서울·경기 집중에서 전국으로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균형 발전 차원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본사가 나주로 이전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콘텐츠진흥원의 예산 지원이 아직 서울·경기 출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 스토리 및 인재 개발에 더욱 투자하라는 명령이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독일은 루르 지역인 쾰른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 융·복합 클러스터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출판, 방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과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창의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둘째, 삼성 등 대기업들이 스토리 인재 사관학교 및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텔코사(통신사)인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이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이 스토리 인력에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좋은 선도 모델로 CJ E&M이 서울에 ‘오펜(O’pen)' 작가 아카데미를 개설해 미래 작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삼성 등 다른 대기업들도 ‘지역 작가 사관학교’에 뛰어들 시기다.

셋째, 공영방송인 KBS, MBC, EBS 본사와 종편 4사의 지방 이전이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함부르크, ZDF는 마인츠에 본사가 있는 것처럼 KBS는 안동, MBC는 목포로 이전하는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 인재 양성, 콘텐츠 산업 및 스토리 발굴로 더욱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서울·경기공화국으로는 대한민국 소멸로 갈 수밖에 없다. 서울 출산율이 0.6명에 불과하고, 그래도 2배인 지역(전남 1.15명)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대 총장을 지낸 김인규 전 KBS 사장은 대한민국 스토리 및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미국, 독일 등 선진국처럼 중앙의 권력을 지방으로, 특히 지역 시·군으로 과감하게 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북 안동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K-스토리 페스티벌’ 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콘텐츠 및 스토리 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지역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스토리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한류가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류 전도사로 활약했기 때문에 잘 파악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서울·경기 중심으로 추진한 성장 모델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미국, 독일처럼 전국이 골고루 발전해야 미래가 있다는 국가 대개조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스토리·콘텐츠 발전을 위해 담대한 프로젝트로 미국 할리우드처럼 우리도 지역에 ‘한국판 할리우드’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국회, 지방자치단체가 나서거나 새로운 담대한 리더십이 나타나야 할 때다.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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