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대표적 향토기업인데"…쌍방울 논란에 전북도민 '착찹'

2022-10-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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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무주리조트·프로야구단·동계U대회 등 전북의 영욕과 함께 해

의혹 깔끔히 털고 예전 영광 되찾길 바라는 여론 높아

[사진=쌍방울그룹 홈페이지]

수 십억원 어치의 달러 등을 밀반출한 의혹에 따라 쌍방울 그룹이 전방위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전북도민의 심사가 복잡하다.

쌍방울그룹의 경우 예전 전북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데다, 무주리조트 건설을 비롯해 프로야구단인 쌍방울 레이더스 운영, 1997년 무주·전주 동계U대회 개최 등 전북의 부흥을 함께 한 만큼, 부도 이후 쌍방울의 재기를 바라는 염원이 높았기 때문이다.

1954년 전라북도 이리시에서 이봉녕·이창녕 형제가 설립한 형제상회로부터 시작한 쌍방울 그룹은 속옷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사업 다각화를 통해 삼양그룹, 금호아시아나 등과 함께 호남을 대표하는 재벌로 성장했다.

1992~1997년까지 대기업 그룹이었으며, 1996년에는 재계순위 5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쌍방울은 1990년에는 남부권 최대 규모의 종합 리조트인 무주리조트를 열고, 전북 연고의 최초 프로야구단 ‘쌍방울 레이더스’를 창단했다.

이후 1997년에 전주와 무주에서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개최됨에 따라 1993년부터 국제 규모의 스키장 건설 등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지만,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전후해 자금난에 시달리다 10월에는 부도가 났고, 1998년 회사정리절차 개시 결정으로 공중 분해되는 아픔을 겪었다.

모기업의 부도로 선수를 트레이드해 연명했던 쌍방울 레이더스도, 수많은 도민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결국 2000년 1월 해체되고야 말았다.
 

[사진=나무위키]

이처럼 전북도민에게 쌍방울은 이른바 전북이 ‘잘 나가던 시절’에 같이 한 그룹인 셈이다.

쌍방울 외에 현 대상그룹인 미원상사도 전북을 대표하는 기업이지만, 쌍방울 만큼 과감한 지역밀착형 경영을 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쌍방울=전북’이라는 인식이 도민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존재하고, 쌍방울그룹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예전의 영광을 되찾길 바라는 도민이 많은 상황이다.

더욱이 시가총액(시총)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국내 288개 기업 가운데, 법인 주소지가 전북인 곳은 6개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규모가 열악한 상황에서 쌍방울 그룹의 재기를 기대하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쌍방울그룹이 수십억 원어치의 달러 등을 밀반출한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17일 서울 소재 쌍방울그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관여 여부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민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도민 조모씨(51·전주시 송천동)는 “어릴 적 친구들끼리 만나서 물놀이 할 때면 속옷은 무조건 쌍방울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전주 야구장을 찾아 쌍방울 레이더스의 승리를 목청껏 응원하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며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겠지만, 쌍방울이 의혹을 깨끗히 털어내고 예전 처럼 전북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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