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어느 직장인의 카톡 없는 주말…멈춰진 일상, 때아닌 망중한

2022-10-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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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취소·송금 불가·카카오T 중단 등 불편 느끼는 한편 조용한 휴식

'라인·디스코드·티맵' 등 대안 메신저 및 온라인 플랫폼 논의

"송금 및 간편 로그인 시 카카오 말고 다른 서비스 이용"

지난 15일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말 내내 카카오톡(이하 카톡)은 물론 뱅킹·페이·내비게이션·차량호출 등 카카오가 제공하던 다양한 서비스가 일제히 먹통이 돼 큰 혼란을 빚었다.

특정 플랫폼을 통해 대부분의 일상을 영위하는 초연결 사회의 한계와 과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대 직장인 A씨도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 중 하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카톡 다운되자 일상생활 올스톱...강제 휴식도 
지난 주말 A씨는 여자친구와 카톡으로 말다툼하고 있었다. A씨가 한 온라인 모임에 참석기로 한 데 대해 데이트를 기대했던 여자친구가 서운함을 피력한 것이다.

짜증을 내는 여자친구에게 위로 메시지를 보내려던 찰나 갑자기 카톡 전송이 되지 않았다.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와 이모티콘 전송도 중단됐다. A씨는 포털 검색을 통해 카톡에 오류가 생겼다는 기사를 확인했고, 이내 카톡에도 주요 기능을 복구 중이라는 배너 안내문이 떴다. A씨는 다소 불안감을 느꼈지만, 여자친구와의 다툼을 끝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카톡을 통해 신청한 온라인 모임 참석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래 직장인들과 함께 산에 오르고 맛집도 찾아가는 모임인데, 카톡 아이디로 로그인한 앱에 접속할 수 없게 되자 일정 조율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일정이 취소돼 뜻하게 않게 휴식을 취하게 된 A씨는 다음 주말 대학 동기 B씨의 결혼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친하지 않은 사이라 결혼식에 가지 않고 축의금만 전달하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말썽이 생겼다. 모바일 청첩장 하단의 '카카오페이로 축의금 송금하기' 기능에도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A씨는 '신랑 측 계좌번호 송금하기' 버튼을 눌렀지만 평소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했던 카카오뱅크 서비스도 먹통이 돼 결국 축의금 송금에 실패했다. 영락없이 원치 않는 결혼식에 참석해야 할 판이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A씨는 조금 먼 공원으로 산책을 가기로 하고 택시를 불렀는데 차량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 역시 여전히 기능 장애 상태였다. 허탈감을 느낀 A씨는 한숨을 내쉰 뒤 당초 목표를 수정해 집 앞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카오의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T 등 계열사 다수 서비스가 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장애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뒤통수 안 돼…기타 메신저 및 온라인 플랫폼 모색

주말을 고요하게 마무리한 A씨는 초연결 사회에서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누린 기분이었다. 다만 향후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경우에 대비할 필요성을 느꼈다. 

17일 출근한 A씨와 동료들은 '국민 메신저' 카톡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카톡 의존도를 낮출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한 동료는 카톡이 먹통이 된 사이 네이버 '라인'이나 글로벌 인스턴트 메신저 '디스코드'가 유용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말 당직 근무를 한 동료 C씨는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며 슬랙 등 추가 오피스 메신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하기도 했다. C씨는 카톡이 보안에 취약하고 최근 서비스 장애가 자주 발생했다는 부연도 곁들였다.

카카오뱅크 계좌를 기존 시중은행으로 다시 옮기겠다거나, 카카오T 대신 또 다른 내비게이션 및 차량 호출 앱 티맵으로 갈아타겠다는 등의 성토도 이어졌다.

일부 동료는 주말 동안 카톡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접속하지 못해 투자 손실을 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료들과의 대화를 마친 A씨는 카톡 아이디를 활용한 간편 로그인을 최대한 줄이고 이메일·구글·애플 아이디 등 로그인 수단을 다변화하기로 마음 먹고 이 같은 생각을 여자친구와도 공유하기로 했다. 마침 여자친구로부터 화해의 메시지가 전송돼 왔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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