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범현대가(家)로 불리는 현대 일가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올해 1월 광주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쓰린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연이은 인명 사고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현대자동차에서 진행하는 '현대 N 페스티벌'에서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해 행사가 취소됐다.
'현대 N 사이클링 페스티벌'은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300여 명의 참가 선수들이 강원도 인제에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가 위치한 충청남도 태안까지 약 360km 장거리를 라이딩하는 현대차가 주관하는 자전거 행사다.
그러나 행사 개최 첫날인 24일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부근 삼거리에서 진입하는 시내버스와 50대 참가자 A씨가 정면 출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곧바로 119가 출동해 구급활동을 펼쳤지만 A씨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의 '안전 불감증'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인원이 참가한 사이클 대회에서 도로 통제나 안전 관리는 필수"라며 "결국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현대차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 인명 사고 이후 불과 이틀 후인 26일 이번에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 45분께 대전 유성구 용산동 소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대전시소방본부와 목격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5분께 아울렛 지하주차장 지하 1층 하역장 근처에서 불꽃이 치솟으면서 불이 났다.
목격자는 "'딱딱딱' 소리가 들렸는데, 얼마 되지 않아 하역장 끝편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급격하게 많아졌다"며 "순식간에 내가 있는 쪽으로 몰려와 급히 대피했다"고 전했다.
당초 전기차 폭발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화재의 원인은 전기차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대전경찰청 측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 전기차는 없었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 등과 합동 감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이날 참사 현장을 찾아 "무거운 책임감을 통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화재 사고로 입원 중인 직원과 지역주민에게도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이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현대백화점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에 들어갔다. 아울렛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은 규모 측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한편 현대 일가는 올해 1월 HDC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이던 광주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바 있다. 사고 당시 작업하던 인부 6명이 잔해에 깔려 실종됐으며, 오랜 기간 수색이 펼쳐졌지만 결국 6명 모두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결국 붕괴 원인이 HDC 현대산업개발의 안전관리 문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정몽규 회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고 발생 6일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 일가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사망 사고로 고초를 겪고 있다"며 "범현대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잘 되새겨 철저한 대비로 더 이상의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