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입자치료가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의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것입니다.”
윤동섭 연세의료원장은 19일 3000억원을 투입해 건축한 ‘중입자치료센터’ 첫 언론 공개 행사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치료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연세의료원은 내년 3월 말 중입자치료센터를 본격 가동한다. 해당 센터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 1만3000여㎡ 부지에 지하 4층·지상 9층 규모로 완공됐으며, 재활병원 뒤편에 위치해 있다. 최근 치료 장비 설치를 마쳤고 향후 시험가동을 거쳐 고정빔 치료실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9월에 회전형(갠트리) 치료기 1대를 추가 가동한 뒤, 2024년 3월 1대를 더 가동해 총 3대의 치료기를 순차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된 회전형 치료기는 일단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었다. 1대의 크기가 직경 6m에 무게는 200t에 달했는데, 이 자체도 최신형 기계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해당 기기는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기존 X-선, 양성자 치료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준비과정까지 포함하면 20~25분가량 소요된다. 김용배 연세암병원 부원장은 “이를 기반으로 계산해보면 치료기 3대에서 하루 동안 약 50명, 연간 약 2만명의 암 환자가 치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치료 후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어 바로 귀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15곳의 의료기관이 중입자치료기를 사용하는데, 일본에서만 7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을 만큼 해당 치료기에 대해서는 선두 국가로 꼽힌다. 이외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대만, 중국 등이 있다.
국내에서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용배 부원장은 “중입자치료기는 새로운 의료기기인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해야 한다”면서 “이후 의료수가와 급여 적용 여부 등은 허가 이후 논의할 수 있어 아직은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평균 치료 비용이 5000만원선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중입자치료기는 중입자(탄소원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뒤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조사해 치료가 이뤄지는 원리다. 혈액암처럼 암세포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암이라면 모두 치료 대상으로, 기존보다 더 적은 치료 횟수로 효율적인 암 치료가 가능해 부작용이 줄고 치료 기간은 짧아져 환자가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이날 중입자치료센터 공개 이후에는 윤동섭 연세의료원장의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윤동섭 원장은 이 자리에서 “의료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선도 분야인 로봇수술 외에도 신약 치료, 중입자치료 등 정밀의료를 통해 중증 난치성 질환 극복에 앞장서겠다”면서 미래 의약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세의료원은 내년 중입자치료 도입과 함께 빅데이터와 유전체 정보 기반 정밀의료 실현, 의료∙교육∙연구 효율성 향상을 위한 공간 환경 구축, 현장 중심의 젊은 조직 문화 조성 등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윤 원장은 마지막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의료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면서 “디지털 전환과 정밀의료 등 핵심 분야를 어떻게 잘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세계에서 우리 의료의 위상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