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 적합업종제도는 지난 2011년 동반위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명분으로 제조업 82개 품목을 중소기업 영역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동반위가 운영 주체로, 기업 간 합의를 유도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통상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법에 따라 1년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간 동반위가 신청 단체와 대기업 간 합의에 실패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하지만 합의 과정이 1년 이상 연기되거나 쟁점 사항을 앞으로 추가 논의하기로 하고 업에 대한 중기 적합업종 지정만 결정하는 모호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 중기 적합업종 지정과 권고안이 법적 강제력이 없는 데다, 중소벤처기업부 유관 단체인 대ㆍ중소기업ㆍ농어업협력재단에 속해 있어 정부 입김을 피할 수 없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중고자동차 판매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9년 2월 중고차 판매업은 중기적합업종 기한이 만료돼 중고차업체들로부터 재지정 신청이 내려왔고, 이에 대해 동반위는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중기부는 동반위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적합업종 지정 여부 논의대신 상생협약 방법을 고려해 관련 논의 3년 만인 올해가 돼서야 재지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 5월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대리운전업은 지정된 지 약 4개월이 지났지만, 대기업과 중소 대리운전 업체 간 갈등이 오히려 더 격화되고 있다. 기한 내 적합업종 지정을 끝내기 위해 대리운전 시장 진출의 핵심 사안인 ‘호출(콜) 공유’ 등의 갈등은 그대로 둔 채 일시적인 결론을 내린 탓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기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취지와 달리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등 기대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시장 활성화 및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최근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를 폐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김민호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도입된 이후 대기업의 생산 및 고용 활동은 위축됐으나, 중소기업의 활동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8~18년간 전체 품목 출하액 대비 적합업종 품목 출하액의 비중을 보면 대기업은 1.2%에서 0.5%로 절반 이상 낮아졌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7.9%에서 7.6%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동반위는 “해당 주장은 한시적 사업영역 보호인 적합업종 제도의 목적과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대부분 적합업종 권고는 성숙기 또는 쇠퇴기 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업종의 수많은 내외생 변수 중 적합업종만이 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중기 적합업종이 사라진다면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열세인 영세 중소상공인들의 최후의 보호망조차 사라지는 것”이라며 “그렇게 퇴출된 중소상공인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다시 우리 경제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