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 온 성균관이 최근 간소화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한 가운데 상차림 노동을 덜게 됐다는 후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가정마다 전통과 가풍이 다른 만큼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차려온 차례상이 당장 사라지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경기 하남시 주부들이 모인 한 맘카페에는 최근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발표한 차례상 간소화 방안 덕에 상차림 노동을 덜게 됐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대구 맘카페의 한 회원은 "푸짐한 상차림이 갑자기 허전해져 이상하긴 하지만, 전과 고기가 없어진 것만으로 며느리들이 명절 지내기 편해졌다"고 했다.
경기 남양주시 맘카페 회원은 음식 가짓수를 줄인 차례상 사진을 올린 뒤 "정말 (차례상이) 많이 간단해졌다. 우선 상 크기부터 줄었다. 이 정도라면 제사를 매달 지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앞서 성균관은 지난 5일 9개 음식만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방안을 내놨다. 이 중 전 부치기가 사라진 점이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 부치기는 추석 때 준비하는 음식 중 가장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부분이기 때문. 그렇다 보니 누리꾼들은 차례상 위에 전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명절 스트레스부터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성균관 측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를 인용해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성균관이 발표한 표준안에 따르면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 음식만으로 차례상을 차릴 수 있다. 여기에 육류와 생선, 떡을 추가할 수 있어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족하다. 다만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성균관 측은 전했다. 즉 전통과 음식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차례상을 구성해도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균관 측은 유학 경전 예기의 악기를 인용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大禮必簡)고 한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도 덧붙였다.
지금껏 차례상 예법으로 익히 알려졌던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 등도 근거 없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성균관에 따르면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 등장하지 않는 표현이다. 이에 따라 성균관은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한편 성균관은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가정의례와 관련해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과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인 최영갑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집안마다 가풍과 전통이 다른 만큼 성균관의 차례상 간소화 방안이 자리 잡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제주 맘카페의 한 회원은 "제사와 관련해 옛 방식을 고집하는 분들이 있어 (차례상 간소화가)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고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