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국 현지매체 화얼제졘원(華爾街見聞) 등에 따르면 광저우자동차는 전날(25일) 밤 공고를 통해 독자적인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109억 위안(약 2조원)을 들여 자체 배터리기업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생산시설 확충을 통해 2025년까지 총 26.8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 연간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광저우자동차는 그룹 산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Aion·埃安)을 위주로 배터리를 공급한 뒤 점차 본토 및 해외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광저우자동차가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화얼제졘원이 짚었다. 전기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드는 원가에서 배터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 전기차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쩡칭훙(曾慶洪) 광저우자동차 회장도 앞서 지난달 말 열린 '2022 세계 동력배터리대회'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원가가 자동차 원가의 40~60%를 차지한다"면서 "전기차 제조 업계에서 테슬라마저 손해를 보고 있다. 우리 모두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를 위해 일하고 있는 셈"이라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반면 배터리업체인 CATL은 올 상반기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상반기 CATL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81억7000만 위안으로 시장 전망치 63억9000만 위안을 훨씬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6.32% 늘어난 1129억7000만 위안으로, 이는 시장이 기대한 1026억 위안을 상회한다. 물론 CATL도 리튬 등 원자재 가격 압박에 실적이 부진했지만 고객과 지속적인 협상 및 가격을 조정함으로써 원가 상승 압력에 대처해 2분기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배터리 가격이 인상된 부담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중국 내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급증했지만 다수 전기차 제조 업체들이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생산하겠다는 전기차 제조업체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광저우자동차뿐만 아니라 지리자동차, 샤오펑, 니오, 리오토, 창청자동차 등 기업들이 잇달아 자체 연구개발, 생산 등 방식으로 배터리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화얼제졘원은 오는 2030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3분의1이 전기차 제조업체가 생산한 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기차 제조업체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것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화얼제졘원은 생산능력 규모가 전기차 30만대분에 달하는 연간 20GWh가 되어야만 적자를 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