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공습에... 가격 메리트 사라진 면세업계 '시름'

2022-08-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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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5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가격 역전 현상'

예전 같지 않은 면세품 가격에 지갑 닫는 소비자들

면세업계, 할인 프로모션과 환율 보상제로 고객 몰이

한중수교 30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 면세점이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의 이용이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높아지는 원‧달러 환율 탓에 면세점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 선점이 어려워지면서 시름이 드리우고 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는 상황에도 소비자들은 비싼 달러 탓에 면세점 쇼핑을 꺼리는 분위기다. 

괌에 다녀왔다는 A씨(32)는 “출국하면서 화장품이나 향수, 주류 등을 구매하려고 인터넷 면세점에 들어가 봤는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일반 온라인몰에서 구매하는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그나마 주류는 면세점이 저렴한 편이지만, 환율 상승으로 예상보다 여행에 많은 경비가 소요돼 면세 쇼핑 자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4원 내린 1342.1원에 마감하며 1330원대 안착에 실패했다. 
 
시장에서는 유로화와 위안화 약세, 미국 고강도 긴축 기조 등 달러 강세를 촉발시킨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50~138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환율 상승에 면세점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면세점은 제품 매입과 판매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세금 감소분과 상쇄돼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의 경우 백화점과 온라인몰 판매 가격보다 높아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샤넬과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경우 할인 적용이 되지 않고 대부분이 면세한도인 600달러가 넘어 관세를 내면 오히려 백화점보다 가격이 비싸진다.
 
면세점 인기 품목인 담배도 시중가를 넘어서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면세점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38.2원으로 아이코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히츠’와 글로의 ‘네오’, 릴 하이브리드 ‘믹스’ 등은 1보루에 34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약 4만5498.8원이다. 이들 궐련형 전자담배 1보루의 시중 가격인 4만5000원을 웃도는 셈이다. 

향수와 화장품도 사정은 비슷하다. 향수 브랜드 크리드의 ‘어벤투스 향수(100㎖)’ 면세가는 현재 400달러, 원화 53만5280원으로 시중 판매 가격(51만원)보다 비싸다. 화장품 브랜드 랑콤의 ‘뗑 이돌 롱라스팅 파운데이션(30㎖)’은 면세점에서 56달러(7만4939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랑콤 공식 홈페이지에서 7만4000원에 판매되는데, 제품 외에 브러시와 에센스, 선크림, 세럼 등을 함께 증정한다. 면세 가격이 시중가를 역전했을 뿐 아니라 구성품에서도 차이가 난다. 
 
에스티로더의 ‘더블웨어 파운데이션(30㎖)’은 면세가 59달러로 환율 적용 시 7만8935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8만1000원에 아이 젤 크림과 로션 50㎖ 등을 함께 구성해 판매한다. 불과 2000원 차이지만 구성품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품 구매 후 여행지에 들고 왔다갔다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고려하면 백화점이나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면세업체들은 기준 환율이 일정 기준 이상 초과하면 구매 금액에 따라 환율 인상분을 보상해주는 ‘환율 보상제’를 내놓으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내국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몇몇 부티크를 제외하면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예전 환율을 생각하고 면세점에 찾은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을 많이 체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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