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서류 조작으로 서울 강남 일대 땅을 잃은 봉은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400억원대 배상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4부(이광만 김선아 천지성 부장판사)는 18일 봉은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정부는 봉은사에 417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봉은사는 1950년대 이뤄진 농지개혁사업 과정에서 정부가 사들인 서울 강남구 일대 토지 가운데 748평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정부는 농지로 이용할 땅을 매입해 경작자에게 분배되지 않은 땅은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줬다. 1968년 시행된 농지개혁사업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공무원 백모·김모씨는 서류를 조작해 이 땅을 봉은사가 아닌 제3자 소유인 것처럼 소유권을 이전하고 등기를 마쳤다. 백씨와 김씨는 서류 조작 혐의가 인정돼 허위공문서 작성죄로 유죄가 확정됐다.
봉은사는 재산을 되찾기 위해 명의상 땅의 소유권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소유권이 넘어가고 오랜 시간이 지나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사유로 2015년 1월 패소가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는 원소유자인 봉은사에 환원됐다고 봐야 하지만, 공무원들이 분배·상환이 완료된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정부는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봉은사가 오랜 기간 소유권 환원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정부가 토지 처분으로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정부 책임을 7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