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주경제가 개최한 ‘국민심서 발표대회: 첨단 과학과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서울르네상스’ 행사에서 발표자로 나선 임희지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도심 역사와 특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개발을 추진해 글로벌 비즈니스 기능을 강화하려면 세운지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희지 연구위원은 최근 서울이 △인구 감소 △산업 기반 저하 △정비사업 정체 △소단위 정비사업 난립 등으로 도심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연구위원은 “도심 경제 기반인 상주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된 세종대로 주변만 인구가 증가하고 그 외 지역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15년 이후 정비사업이 대거 해제되고, 정비사업 존치 지역도 높이 완화와 관련한 인센티브를 폐지해 양질의 오피스와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일부 정비사업은 ‘소단위정비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난개발과 환경 노후화를 야기하는 한편 전통 기간산업이 위축되고 신산업과 관광, 위락산업 등 새로운 산업 변화도 정체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구도심과 신도심을 연결해 확장해나가는 싱가포르와 브리지역 중심의 복합개발로 쇠퇴한 템스강 남쪽을 종합적으로 활성화하고 있는 런던, 롯폰기 등 도심 인접 지역까지 포괄하는 도심화를 계속하는 도쿄, 맨해튼 인근을 둘러싼 도심의 잠재력을 확산시키고 있는 뉴욕 등이 그 사례다.
세운지구 역시 인접 지역과 연계해 글로벌 신산업 허브로 육성하면 세계 각지 굴지의 도심들 못지않은 핵심 도심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임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과도한 개발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세운지구가 개발의 첫발을 뗐을 당시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연구위원은 “도심은 도시를 대표하는 얼굴이기에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세계 여러 나라에 존재하고 있다”며 “서울 역시 도심 집중 억제 정책이나 행정수도 이전 등으로 힘이 많이 빠졌지만 여전히 한국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9년 세운지구 지정 당시 청계천 복원 등과 함께 서울의 새로운 얼굴로 재창조하고, 미래지향적 도심을 조성함은 물론 신산업 중심, 복합개발, 친환경도시, 도심집객거점으로 계획했다”며 “그러나 2014년 재생정책으로 전환되면서 과도한 개발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도심제조산업을 바탕으로 신산업과 융·복합해 세계적 혁신공간으로 조성한다면 세운 지역은 판교와 같은 도심 첨단산업단지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주거도 직주 연계형 도심형 주고 공급 확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서울 도심 내 인구만 10만여 명인데, 세운지구를 개발하면 도심 인구는 24%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세운지구가 신산업 지역으로 탈바꿈하려면 선행돼야 할 작업들이 있다. 세운지구를 둘러싼 각종 규제들이다. 임 연구위원은 “현재 수도권 정비계획법으로 신산업 유치가 제약돼 있다”며 “서울 일부 지역은 첨단 산업이 들어오도록 신산업 특례규정을 만들어야 하며, 용산처럼 높이나 용적률, 용도 등 건축 관련 법도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도심에 생기를 불어넣는 녹지 조성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녹지는 도심을 다시 찾아 즐길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여가적 요소”라며 “싱가포르, 런던, 바르셀로나 등 세계 유명 도시들은 녹지를 확충하기 위해 저층으로 갈수록 건폐율을 줄이면서 녹지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녹지 조성은 기후변화 대응 차원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녹지 활용이 도시 경쟁력이라고 절감한 결과”라며 “서울 역시 녹지를 만들어 인접 지역에 산업과 문화를 곁들이면 경복궁이나 고궁 등 과거 모습과 세운지구라는 미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