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e심(듀얼심) 단말기 전용 서비스인 'KT 듀얼번호'를 다음 달 1일 출시한다.
듀얼번호는 기존 KT 5G·LTE 요금제(메인 회선) 이용자가 월 8800원을 추가로 내고 단말기 내의 e심을 활성화한 후 두 번째 번호(회선)를 제공받는 부가 서비스다. 하나의 단말기로 두 개의 번호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업무에 이용하는 번호와 일상에 이용하는 번호를 완벽히 분리할 수 있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이용자에게 적합하다.
◆e심 활용한 '진짜' 두 번째 번호...전화·문자 이어 카카오톡도 분리
하지만 세 부가서비스는 단말기 본연의 기능이 아니라 이통3사가 고객 편의를 위해 가상의 번호를 부여하는 통신 서비스인 만큼 업무와 일상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전화를 걸 때 *281(SKT), *77(KT), *77#(LG유플러스) 등 특정 번호를 상대방 번호를 입력하기 전에 먼저 입력해야 두 번째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고, 받은 전화와 문자도 구분 없이 뒤섞여 있는 불편함이 있다. 이마저도 삼성전자 갤럭시 단말기에서만 제대로 작동하고, 애플 아이폰을 포함한 외산 단말기에선 이용할 수 없거나 오류가 일어난다.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유명무실했다.
반면 듀얼번호에 가입하면 두 개의 번호를 이용할 수 있는 e심 단말기의 기능을 공식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만큼 업무와 일상의 분리가 완벽히 이뤄진다. 각각의 번호로 온 전화·메시지를 단말기에서 별도로 관리할 수 있어 둘을 혼동할 우려가 적다.
특히 8월 말 출시되는 갤럭시 Z 플립4·폴드4는 '듀얼 메신저' 기능을 통해 하나의 단말기에 2개의 카카오톡·라인·텔레그램 등을 설치할 수 있어 전화·메시지뿐만 아니라 메신저 앱에서도 업무와 일상을 완벽히 분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앱에 새로 가입하려면 1개의 번호가 필요한 데, 듀얼번호에 가입하면 2개의 번호를 받는 만큼 2개의 카카오톡 앱에 서로 다른 번호로 가입할 수 있다.
반면 e심을 지원하는 아이폰12·아이폰13 시리즈는 전화·메시지에선 업무와 일상을 분리할 수 있지만, 두 개 이상의 메신저 앱을 설치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메신저 앱에서 업무와 일상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메인 회선 있어야 가입 가능...5G 중간요금제로 경쟁력↑
e심은 단말기(스마트폰)에 전자적으로 내장된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이다. 이용자들은 정부가 e심 제도를 시행하는 9월 1일부터 하나의 단말기로 두 개의 전화번호를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e심은 △한 번호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다른 번호는 개인용으로 사용하기 △해외 또는 다른 지역으로 여행 시 현지 데이터 요금제 추가로 사용하기 △음성 요금제와 데이터 요금제를 따로 사용하기 등 세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듀얼번호는 이 가운데 첫 번째 용도에 집중하고 선보인 서비스다.
듀얼번호에 가입하려면 KT 5G·LTE 요금제를 이용 중인 메인 회선과 메인 회선과 연결된 e심 단말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통화와 데이터 사용량은 메인 회선 요금제를 따라간다. 듀얼번호로 받은 두 번째 번호는 부가 서비스인 만큼 단말지원금, 선택약정할인 등을 포함한 요금할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e심 단말기 이용자가 꼭 듀얼번호에 가입해야 두 개의 번호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심으로 KT 5G·LTE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다른 e심으로 SKT·LG유플러스·알뜰폰(MVNO) 등 다른 이통사의 요금제에 가입하고 두 번째 번호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통3사의 5G·LTE 요금제는 가격대가 높고 서비스 범위(커버리지)에 별 차이가 없는 만큼 기존 메인 회선을 두고 추가로 가입할 요인이 적다. 알뜰폰의 저렴한 음성·데이터 요금제에 추가로 가입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지만, 이통3사가 최근 4만~5만원대 5G 온라인·중간요금제를 출시한 만큼 예전에 비해 가입할 이유가 크게 줄었다.
KT는 이번 듀얼번호 출시를 통해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높은 ARPU(이용자당 평균 매출)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가 이통3사 중 처음으로 e심 전용 서비스의 포문을 연 만큼 SKT·LG유플러스도 관련 대응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e심을 활용한 부가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 만큼 SKT·LG유플러스도 유사한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