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려다가 국회 경호원들의 과잉 제지로 넘어져 다쳤다. 이 할머니는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이 할머니와 추진위 관계자들은 이날 낮 12시 20분께부터 펠로시 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려고 국회 사랑재에서 대기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 55분부터 오후 1시께까지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사랑재에서 오찬을 했다.
추진위가 제공한 당시 영상에는 이 할머니가 "놓으라", "나 죽는다"고 소리치고, 여러 명의 경호원이 "할머니 일어나세요, 이러다 다치세요"라며 그를 일으키려는 과정이 담겼다. 이 할머니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이후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국회 경호팀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할머니에게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주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정의연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분노한다"며 "90대의 (위안부) 피해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국회 경호담당관실을 규탄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공식사죄,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와 펠로시 의장 면담은 불발로 끝났다. 추진위는 전날 펠로시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위안부' 문제를 미국 하원이 채택한 '위안부 결의안 121호'(HR121호)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며 이 할머니 면담을 요청했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김 의장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계 미국인 혼다 의원의 발의로 (미 의회에서)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통과시킨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결의안으로 위안부 여성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규탄하고 일본 관계자들과도 우리 의견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7년 미 하원에서 채택된 '위안부 결의안 121(H.Res.121)'을 의미한다. 해당 결의안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시인과 사과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당시 결의안 통과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