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전쟁] 치솟는 물가에 尹정부 안간힘도 무용지물

2022-07-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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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하반기 7%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생산자물가는 이미 지난달 10%대에 육박했다. 양파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는 등 밥상 물가도 연일 고공 행진 중이다. 

정부가 회심의 카드로 내놓은 유류세 인하·할당관세 확대 등도 속수무책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외 주요 기관은 앞다퉈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6월 생산자물가 역대 최고···두 달 연속 9.9%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생산자물가지수' 자료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0.04(2015년=100)로 잠정 집계됐다. 1965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1년 전보다는 9.9%, 지난 5월과 비교하면 0.5% 상승한 것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다. 2015년 물가를 '100'으로 기준 삼아서 집계한다. 

6월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전달보다 0.7%, 1년 전보다는 1.7% 상승했다. 농림수산품 가운데 수산품은 5월과 비교해 3.0%, 농산품은 1.2% 각각 올랐다. 축산물은 전달보다 1.1% 내렸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9.4% 뛰었다.

지난달 공산품은 5월보다 0.7%, 1년 전과 비교하면 15.1% 올랐다. 이 중 석탄·석유제품은 한 달 전보다 4.7%, 지난해 6월보다는 83.4% 오르며 공산품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전력·가스·수도·폐기물 등 공공요금은 같은 기간 0.2%, 16.2% 상승했다. 서비스도 각각 0.2%, 3.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6월 양파 생산자물가는 작황 부진 등으로 한 달 사이 84.0%, 1년 전보다는 105.2% 급등했다. 돼지고기는 전달보다 5.3% 내렸지만, 지난해 6월보다는 19.2% 상승했다. 닭고기는 이 기간 각각 2.5%, 34.9% 뛰었다. 수산물 중 우럭은 5월보다 19.7%, 갈치는 11.8% 각각 올랐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5월보다 0.8% 올랐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16.0% 상승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3개월 후 소비자물가에 영향"···하반기 물가 불안
문제는 앞으로다. 생산자물가지수는 향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생산자물가는 2020년 12월(0.2%)부터 19개월째 상승 중이다.

올해 들어서는 6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월 114.40으로 시작한 올해 생산자물가지수는 △2월 114.95 △3월 116.70 △4월 118.59 △5월 119.43 △6월 120.04를 각각 기록했다.

상승 폭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8.9% 올랐다. 이어 △2월 8.5% △3월 9.0% △4월 9.7% △5월 9.9% △6월 9.9%를 기록하며, 10%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손진식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이론적으로 생산자물가가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 3월부터 거세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2~3%대였던 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4.1%로 4%대 진입했다. 이어 4월엔 4.8%, 5월에는 5.4%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 6월에는 6%까지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ADB, 한국 물가상승률 4.5%로 상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과 할당관세 품목 확대 등을 물가 잡기 카드로 내놓았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이후 휘발유·경유 가격이 고공 행진하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0%에서 지난 1일 37%로 법정 최대한도까지 낮췄다. 지난달 돼지고기에 이어 이달부터는 미국·호주산 소고기와 닭고기 등에 할당관세 0%를 적용 중이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까지도 경윳값은 여전히 2000원대를 유지 중이다. 휘발유 가격은 1980원대로 1년 전보다 20% 비싼 상태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자료를 보면 이달 21일 기준 삼겹살 100g 소비자 판매가는 2754원으로 한 달 전(2908원)에 비해서는 다소 내렸지만 1년 전(2664원)보다는 여전히 높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속속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전날 발표한 '2022년 아시아 경제 전망 보충'에서 올해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다. 지난 4월 발표한 3.2%보다 1.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한은도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뒤 올해 국내 물가가 당분간 6%를 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2.0%로 제시했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2월 3.1%로 상향했고, 5월엔 4.5%로 다시 한번 올려 잡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물가가 6월 이후 6%대에 있고 9~10월까지는 불안한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물가 수치 전망(연간 4.7%)에 일부 변동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6%를 상회하는 7~8% 물가가 상당 기간 고정화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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