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는 호황, 해저 케이블 투자 확대…변수는 '닥터 코퍼'

2022-07-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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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베트남, 미국 등 먹거리 多…동해, 당진 등 新공장

전선업계가 호황을 맞았다. 해외 각국의 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더불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까지 케이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단순 전력 케이블을 비롯해 통신 케이블, 해저 케이블 등 전 사업 분야에서 고른 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해외 시장은 전선 기업들의 수주 텃밭이 되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현지화 전략으로 공략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는 구리 가격은 일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판 커지는 해외 수주전…중심엔 ‘57조원’ 초고압 케이블

18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전선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풍력발전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로 기존 에너지 체계를 대체함과 동시에 낡은 도시 인프라를 재개발하려는 국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구축하는 데는 다양한 종류의 케이블이 대규모로 들어간다.
 
주요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미국 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북서부 홍해 인근 약 2만6500㎢ 부지에 미래 도시를 짓는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를 한다. 총 예산만 5000억 달러(약 640조원)에 달한다. 또 베트남의 경우 2030년까지 새 인프라를 다지기 위해 4800억 달러(584조8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고, 미국은 1조2000억 달러(약 1550조원) 규모 인프라 사업에 나설 전망이다.
 
실제 국내 투톱 전선회사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최근 높은 수주 잔고를 보이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LS전선의 계약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17% 증가한 3조2065억원을 기록했다. 대한전선도 지난해 말 1조655억원과 비교했을 때 21% 늘어난 1조2935억원이었다. 글로벌 전선 시장의 성장세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수주전의 중심엔 초고압 케이블이 있다. 케이블은 전압의 크기에 따라 저압, 중압, 초고압 등으로 나뉜다. 그런데 초고압 케이블의 경우 기술 장벽이 높아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다른 제품 대비 수익성이 높다. 또 도시 개발 인프라에 들어가는 전력 케이블이나 해저용 케이블의 경우 대부분 초고압으로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점도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전력시장 조사기관 굴든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송전용 초고압 케이블 시장 규모는 올해 433억 달러(57조434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2017년 기준 355억 달러(46조7677억원)에서 22%가량 성장한 것이다.
 

LS전선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사진=LS전선]

 
10년 만의 광케이블 사업부터 해저 케이블 캐파 확대까지

LS전선과 대한전선은 활황을 맞은 글로벌 시장에 대응해 사업 규모를 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해저 케이블이다. 양사는 모두 해저 케이블 신공장을 짓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약 1859억원을 투자해 기존 동해사업장에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VCV타워) 등 최신 시설을 갖춘 해저 케이블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내놨다. 내년 4월 완공 예정이다.
 
대한전선도 해저 케이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2월 해저 케이블 신공장 부지로 당진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지구를 확정했다. 올해 3분기 착공에 들어가 내년까지 내부망과 외부망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단계적으로 생산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한전선은 약 10년 만에 광케이블 사업에도 다시 뛰어들며 경쟁력을 키우고 나섰다. 기존 당진 공장 내 광케이블 설비를 구축해 올해 상반기부터 가동하고, 지난 4월부터 시제품을 생산해왔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됐던 쿠웨이트 광케이블 공장 건설도 올해 3분기 착공, 내년 상반기 생산을 목표로 한다.
 
앞서 대한전선은 2012년 기존에 갖고 있던 광케이블 사업 자회사 대한광통신을 매각한 바 있다. 당시 보유하던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이후 광케이블은 생산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 5세대(5G) 이동통신 등으로 광케이블 수요가 늘며 시장에 재진입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리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릿값’ 하락은 적신호…공급망 등 현지화 전략 주목

문제는 케이블의 주요 원재료인 구리의 가격이다. 경기 흐름의 선행지표로 여겨져 이른바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의 가격은 지난 4월 말부터 지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톤(t)당 구리 가격은 고점인 지난 3월 7일(1만730달러)과 비교했을 때 지난 15일 기준 7000달러로 약 35% 낮아졌다.
 
통상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면 제조업체는 매출이 늘거나 수익성을 제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선회사는 업의 특성상 원재료 가격이 급락할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전선회사는 먼저 고객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한 후 원재료를 구매하고, 향후 케이블을 전달하는 시점의 가격으로 원재료 등 제품 가격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리 가격이 비싼 시점에 매입한 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팔게 됐다는 의미다.

다만 이에 LS전선, 대한전선 등 대형사는 선물 거래, 연간 계약 등을 통해 구리 가격 급락을 헷징(방어)하고 있다. 또 공기업, 공공기관 납품 시에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구리 가격의 변동 폭이 3%를 넘어설 경우 제품 판매가에 현 시점의 구리 가격을 연동하는 '에스컬레이션(Escalation) 제도'도 적용받고 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은 현지화를 통해 공급망 이슈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에 합작법인을 만들고, 해외 거점을 넓혀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한전선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에 첫 해외 초고압 케이블 공장을 세우기로 해 주목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화를 하게 되면 전반적으로 아무래도 경쟁력 자체가 높아진다”라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다 보니 일반 전력 업체들의 기조 자체가 현지에 공장을 많이 세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 현지 공급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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