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난항] '과방위 쟁탈전'으로 번진 원구성 막판 협상…제헌절 전 타결 가능할까

2022-07-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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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최대 행사 제헌절…의장 주재 2차 회동한 여야 원대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비공개 원 구성 협상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원 구성 마무리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후속 입법 처리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두고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행정안전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두고 입장 차이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송·언론자유와 독립성을 이유로 과방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이유로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전날 원내수석부대표·원내대표 회동에서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 불발로 마무리를 맺었다.

송언석 국민의힘·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3일 오전 비공개 회동에서 상임위원회 배분 협상을 이어갔다. 이후 권성동 국민의힘·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했다.

권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 시간여의 논의 과정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있다. 이번 주 내로 가급적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도 "어제(12일) 회동에 이어 오늘도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1시간 15분 남짓 만나서 제헌절 이내에 국회 원 구성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협의의 시간을 가졌다"며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헌절 前 원 구성 협상 노력…타결 안 된 전례 있어

여야는 모두 제헌절 전 원 구성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헌절은 국회 최대 행사가 열리는 날로, 국회의 탄생과 헌법 제정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통상 제헌절에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이 모여 사진 촬영 등 연례 행사를 진행한다. 즉 이번 주 내로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완료하지 못하면 상임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채로 제헌절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과거에도 제헌절 이후에 상임위원장이 선출된 전례가 있어 원 구성 논의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14대 전반기 국회는 제헌절이 있는 7월에서 3개월여 지난 1992년 10월 2일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20대 후반기 국회에서도 여야는 2018년 7월 16일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원 구성에만 57일을 소요했다.

특히 14대 국회는 원 구성을 두고 최악의 진통을 겪었다. 당시 교섭단체였던 민주자유당, 민주당, 통일국민 등 3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장기간 표류했다. 우선 1992년 5월 30일 임기를 개시했지만 국회의장 선출에만 한 달이 걸렸다.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을 완료한 것은 그로부터 약 석 달이 지난 후였다. 국회가 정식으로 문을 여는 데만 125일이 소요된 셈이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 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원 구성 '뇌관' 과방위원장·행안위원장…키는 '신구 권력'

이번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의 뇌관은 과방위와 행안위다. 민주당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한 여권의 사퇴 압박과 방송·언론 자유를 이유로 국민의힘에 과방위원장 자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라고 지적하며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13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가 기능과 국가 조직의 근본에 해당하는 행안위나 과방위도 당연히 국민의힘에서 맡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정권 5년 동안 언론이 굉장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엎어진 운동장'이었다"라며 "공정, 객관, 중립적 언론 환경을 위해서는 우리 여당이 과방위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여권의 한 위원장 중도 사퇴 압박을 이유로 국민의힘에 과방위원장 자리를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한 위원장의 국무회의 출석을 막고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방송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의도가 국민의힘이 과방위원장을 맡겠다고 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여야가 과방위원장 자리를 두고 충돌하는 데에는 신구 권력 갈등이라는 배경이 있다.

앞서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한 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달 14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초대받지 못했다. 방통위원장과 권익위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장관급 공무원으로 국무회의에 관례적으로 배석해 왔다.

이에 대해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위원장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이념이 많이 다르신 분"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성공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고 방해가 되는 걸 본인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차 이미 강조했지만 한 위원장은 본인 스스로 (사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과방위는 (국민의힘에) 넘길 수 없다. 협상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다 소개할 순 없고 짐작해줬으면 좋겠다"며 "말씀드린대로 (국민의힘이) 방송 장악 의도를 노골화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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