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경찰 직접 통제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과정에서 경찰국 신설을 피할 수 없다면 이득을 취하자는 '실리론'이 등장하면서 경찰 내부 갈등도 심상찮다. 당장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다수지만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를 비롯한 경찰 지휘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회장단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15일 경찰제도 개선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행안부와 경찰은 △행안부 내 경찰 업무조직 설치 △소속 청장 지휘규칙 제정 △경찰 인사 절차 투명화 △경찰 업무 관련 인프라 확충 등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차기 후보군인 치안정감 6명을 사전 면담 후 인사발령낸 데 이어 치안감 인사가 번복되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발생했다"며 "이는 사전면담을 통해 '충성 맹세'를 받겠다는 것이고, 인사를 통해 자신들의 지시에 충실한 자들로 줄 세우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계급 조직이기 때문에 인사만 통제하면 쉽게 장악된다"며 "관료 집단과 정치 집단에 의한 통제 방식이 아니라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 방식을 강화해 달라"고 덧붙였다.
직협 관계자들은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릴레이 삭발 투쟁을 해왔다.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은 지난 5일부터 9일째 단식 투쟁을 진행 중이다. 직협은 14일 명동성당에서 릴레이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직협 관계자들이 직접 통제안을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경찰 공안직화, 순경 출신 간부 승진 비율 상향 등 협상 조건을 내걸며 '실리'를 취하자는 주장이 나와 거센 비판에 부딪혔다.
광주직장협의회 한 간부는 지난 8일 경찰 내부망에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와 별도로 우리에게 유리한 것들을 최대한 얻어야 하는 실리주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이상민 장관이 사퇴하지 않는 한 경찰국 설치는 반드시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게시글에 대해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현장에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저항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행동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경찰관은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광역시를 관할하는 광주청 직협회장이 이런 글을 작성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모든 경찰이 보수 인상 등을 바라는 게 아니다. 권력의 개가 아니라 경찰관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서울 소재 한 경찰관은 "'직협회장'이라는 직위는 내려놓고 개인 경찰로서 의견을 게시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