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안전한 철도 이용 위한 '법 가이드'

2022-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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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2조 100% 정부가 출자해 만든 '공기업' 코레일

이명박 정부 이후 끊임없는 민영화 논란

지하철 문에 승객 가방 낀 채 운행해 사고… CCTV 관리 코레일도 책임

법원 "카톡하다 추돌 사고 낸 기관사 배상해야"

매크로 이용해 승차권 구매한 승객, 업무방해 벌금형

부산역을 출발해 서울 수서역으로 가던 SRT 열차가 대전조차장역 인근에서 탈선한 가운데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SRT수서역에서 승객들이 열차 지연으로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지난달 1일 부산역에서 출발해 수서역으로 향하던 SRT 열차가 대전조차장역 인근에서 탈선해 11명이 부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고가 난 SRT 차량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사장 나희승)가 대주주(41%)인 (주)SR가 운영을 맡고 있지만 이를 두고 코레일 측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코레일이 선로 등 시설 유지보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지난달 3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특별 현장 안전점검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고속 전용 선로가 아닌 일반 열차가 다니는 일반 선로 구간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기온 상승에 의한 레일 관리 문제, 차량 정비 불량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코레일은 철도 관제권을 갖고 있는데, 사고 이전에 이상 징후를 보고받았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부상 11건을 비롯해 KTX와 SRT 등 후속 열차들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등 여러 피해가 발생했다.
 
코레일은 지연으로 인한 승차권 반환위약금을 전액 감면했다. 20분 이상 지연된 열차 탑승객에게는 지연배상금이 지급된다. 코레일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신용카드나 간편결제로 구매했으면 별도 신청 없이 지연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2018년 12월 강릉선 KTX가 대관령 터널을 들어가다 강릉기지분기에서 탈선하고 최근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E등급(아주 미흡)을 받는 등 코레일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주로앤피는 법의 눈으로 코레일과 관련된 사건·사고, 법원 판결 등을 들여다봤다. 
 

[사진=코레일 제공]

◆정부 22조 출자···‘공기업’ 코레일
코레일은 2005년 1월 1일 한국철도공사를 설립하여 철도 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철도산업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는 한국철도공사법에 의해 만들어졌다.
 
코레일 설립 당시 자본금은 22조원인데 100% 정부 출자로 이루어졌다. 같은 법 제4조(자본금 및 출자) 1항 공사의 자본금은 22조원으로 하고, 그 전부를 정부가 출자한다. 2022년 현재에도 코레일의 유일한 주주는 정부다.
 
코레일 설립 이전에는 정부 산하 기관이 철도를 직접 관리했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는 조선이 1894년 6월 28일 오늘날 국토교통부 전신인 공무아문 산하에 철도국을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정부 수립 후에도 철도는 철도국이 관리했다. 1963년 건설교통부 장관 소속 아래 철도청이 만들어지며 공사가 설립된 2005년 1월 1일까지 철도청이 국내 철도에 관한 업무를 맡아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코레일은 끊임없이 민영화 논란을 겪었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수서발 KTX 민영화를 언급하며 사회적 갈등을 낳았다. 당시 정부는 철도계에 경쟁 체제를 만들겠다며 이를 추진했지만 코레일 노조는 철도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 수서평택고속선을 주식회사 SR에 이양하며 2016년 12월 SRT가 공식 출범했다. 이후에도 코레일 민영화 논란이 이어졌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정부는 철도 민영화 추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코레일이 담당하고 있는 고속철도 구간은 경부고속선, 호남고속선, 수서평택고속선(수행 업무만 담당)이다. 일반 철도 중에서는 경부선, 경전선,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중앙선, 충북선, 영동선, 태백선, 대구선, 정선선, 동해선, 경의선, 경원선, 경강선, 경북선, 광주선을 맡는다. 광역철도(지하철)도 맡고 있는데, 이 중 코레일은 수도권 전철 1호선, 수도권 전철 3호선, 수도권 전철 4호선, 경춘선, 경의·중앙선, 경강선, 수인·분당선, 서해선(수행업무만 담당), 동해선을 담당한다.
 
이들 구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코레일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하철 문에 승객 가방 낀 채 운행해 사고···코레일 배상해야
지하철 문에 승객 가방이 낀 채 운행해 사고가 나서 역사 소유주인 코레일이 배상을 한 일이 있었다. 법원은 운행사인 서울메트로뿐만 아니라 코레일이 CCTV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2015년 1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64단독 류창성 판사는 지하철역에서 사고를 당한 피해자 A씨와 남편이 서울메트로와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양사가 함께 1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A는 2012년 1월 4호선 열차를 타고 가다 과천역에서 가방이 출입문에 끼였다. 그러나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열차는 출발했고 피해자는 그대로 끌려가다가 승강장 안전펜스에 부딪쳤다. 피해자는 이 과정에서 정강이뼈 골절상을 비롯한 상해를 입었다.
 
4호선 운행사는 서울메트로지만 과천역은 코레일 소유다.
 
법원은 코레일이 담당하는 CCTV에 집중했다. 법원은 "CCTV와 모니터가 통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해 하자가 있으므로 관리자인 한국철도공사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CCTV에 비친 피해자 모습이 낮은 해상도로 인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더불어 법원은 차장실 창문에서 3.2m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된 승강장 CCTV 모니터를 통해 승객이 모두 안전하게 내렸는지 볼 수 있었다고 봤다. 차장이 CCTV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장이 소속된 서울메트로 측 책임 또한 인정됐다.
 

[사진=연합뉴스]

◆카톡하다 추돌 사고···법원 “코레일·기관사, 유족에게 배상하라”
열차 운행 중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다가 열차 추돌 사고를 낸 관광열차 기관사로 인해서 코레일이 유족에게 위자료를 물어주는 사례도 있었다.
 
2016년 1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62단독 정회일 판사는 2년 전 태백 열차사고로 숨진 B씨 아들이 열차 기관사 C씨와 한국철도공사,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함께 8683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기관사 C씨는 업무상 과실을 저지른 불법행위자이며 코레일은 C씨의 사용자로서 함께 B씨와 원고가 입은 손해를 100%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제천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관광열차 기관사였던 C씨가 태백∼문곡역 단선 구간을 운행하다 문곡역에 정차하라는 관제센터 무전 내용을 듣지 못해서 벌어졌다. C씨는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역을 그대로 지나서 정거장 밖에서 정차 중인 무궁화호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77세 B씨가 사망했고 승객 91명이 상처를 입었다.
 
검찰에 따르면 기관사 C씨가 카카오톡 메신저를 사용해 지인들에게 사진을 전송하고 대화를 나누다가 전방 신호를 놓쳤다는 것이다. 코레일 규정에 따르면 기관사는 운행 중 개인 휴대전화를 꺼야 한다.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C씨는 1심에서 유죄 판결로 금고 3년형을 받았으나 2015년 항소심에서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사망한 B씨 아들이 사고 3개월 뒤에 기관사 B씨와 코레일, 코레일의 보험사를 상대로 1억3000만여 원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사망한 어머니 B씨의 위자료 8000만원과 자신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치료비와 위자료 3000만여 원,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2000만원 등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사망한 B씨의 위자료 8000만원, 아들의 위자료로는 500만원을 인정하고 치료비 183만원을 더해 8683만원을 배상금으로 정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따로 인정하지 않았다.

◆매크로로 승차권 구매하면 코레일 업무방해죄

부정한 방법으로 열차 표를 구매해 코레일 업무를 방해하는 승객도 처벌받는다. 일명 ‘매크로 프로그램(특정 작업을 반복할 수 있도록 제작된 프로그램)’을 이용해 승차권을 구매한 이가 그랬다. 
 
지난해 9월 서울남부지방법원(김진철 판사)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승차권을 구매한 D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추석 승차권 판매기간이었던 2020년 9월 25일부터 10월 4일 사이에 본인 주거지와 사무실에서 예매하기 어려운 추석기간 승차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python) 소스코드를 이용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며 “코레일 승차권 예매 웹사이트에 총 597만4823회 접속하여 승차권을 총 599건 예약한 뒤 5건을 실제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피고인이 위계(위험한 계획이나 꾀)로 코레일 업무를 방해한 점이 인정돼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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