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 브리핑] 전쟁은 결국 보급 싸움...한국전쟁·2차대전 WPA 잇단 소환

2022-07-10 08:00
  • 글자크기 설정

한국전쟁서 탄생한 DPA...경제 개입 권한 부여

미, 무기대여법 발동·전쟁범죄 법안 범위 확대

러, '물자 동원 법안' 처리...종전 멀어지나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포로가 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을 위해 한국전쟁과 2차 세계대전에 썼던 카드들을 꺼내들고 있다. ‘전쟁은 결국 보급 싸움’임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 때 탄생한 미국 국방물자조달법(DPA)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국방, 안보 등을 위해 민간 기업에 주요 물품의 생산을 촉진하고 확대할 광범위한 권한을 인정한 DPA는 1950년 9월 한국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DPA 탄생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월턴 워커 미8군단장의 미국 본토 보고로 시작됐다. 워커 장군은 서면을 통해 "미8군단이 보유한 1만4000대의 지프 중 4000대가 작동하지 않았고, 약 1만3000대의 2.5톤 트럭 중 절반도 안 되는 트럭만이 운행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당시 워싱턴 지도자들은 즉각 물가와 임금 책정을 통해 경제에 개입할 권한을 부여한 전쟁권한법(WPA)을 제정했다. 
 
DPA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태양광 패널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에도 발동됐다. 5월에는 분유 부족 현상 해결을 위해 DPA를 적용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의료물자 공급 확대와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해 DPA를 발동했다. 
 
미, 무기대여법 발동·전쟁범죄 법안 범위 확대

미국 국회의사당 [사진=워싱턴닷오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핀셋·확대 WPA 탄생을 촉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어 무기대여법(Lend-Lease Act) 2022'에 서명했다. 미국이 러시아를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전쟁 물자를 지원할 때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 등을 대폭 간소화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무기대여법을 발동한 것은 2차대전 이후 81년 만이다. 2차대전 당시에도 무기대여법은 연합군이 나치 독일을 패퇴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기대여법은 지난 1941년 나치 독일에 저항하는 영국 등 동맹국을 돕고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 대통령이 주도했던 법안으로 영국 윈스턴 처칠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미국 상원은 러시아군 민간인 공격 맞대응을 위해 1996년 제정된 전쟁범죄 법안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 초안에 합의했다. 법안에는 해외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가 나중에 미국에 왔을 때 범죄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면, 미 법무부에 의해 기소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발생한 전쟁범죄에 대해 미국 법원이 관할권을 갖는다는 의미다. 
 
러, '물자 동원 법안' 처리...종전 멀어지나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한 주민이 파괴된 건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하원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자유진영에 맞서 해외 군사작전 시 자국 기업에 필요한 물자 공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다. 법안 핵심은 '전시 경제체제' 전환이다. 종전과 휴전에 대한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두마(연방의회 하원)는 지난 6일(현지시간) 기업에 군수물품 공급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3차 심의를 거쳐 통과시켰다. 두 법안은 모두 전시 상황 등 국가가 필요한 경우에 특별 경제 조처를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만장일치로 통과된 첫 번째 법안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자국 외 지역에서 대테러 및 군사작전을 수행할 때 기업에 물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기업 시설과 역량을 동원하고, 군사물자 생산과 군수사업체 협력을 강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은 계약 체결을 거부할 수 없다.
 
두 번째 법안은 노동법 개정안이다. 정부가 군수산업체 근로자 근무 시간을 규제하고 휴무일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군수산업체 직원은 야간과 주말을 비롯해 공휴일에 연차 없이 동원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 측은 대규모 초과 근무 요구는 없을 것이며 추가 근무 수당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75%를 장악했으며 다음 목표인 서쪽 슬로뱐스크를 공격하고 있다. 도네츠크에서 바흐무트와 크라마토르스크, 슬로뱐스크 3개 도시로 격전지가 옮겨갈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