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첫 인사, 첫 눈···. '첫'이라는 관형사에는 묘한 설렘이 있다. 어쩐지 행운이 따를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동시에 '첫사랑'처럼 기대했던 것을 끝내 제대로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첫 순방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윤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3박 5일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을 마치고 1일 귀국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현장 동행 취재를 했으며 나 역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항상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의 일이다.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방증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가 자유 민주주의 진영(미국·유럽)과 권위적인 공산주의 진영(중국·러시아)이 대립하는 '신냉전 시대'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다시 자각하게 하는 일이다.
대통령실에서는 '가치규범의 연대, 신흥 안보협력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세 요소가 달성된 성공적인 일정이었다고 자평했다. 실제 5년여 만에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은 3국이 더 긴밀한 관계로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러시아의 에너지‧군사 안보 위협에 대응해 주요 유럽 국가들이 원전 도입과 방위력 강화에 나선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원전·방산 '정상 세일즈 외교'에 나선 것도 시의적절하다. 임기 초반 다자회담으로 주요국 정상들과 인사를 나눈 것은 향후 5년 정상외교를 이끌어갈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일부 눈에 밟히는 의전상 아쉬움은 있었지만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점은 윤 대통령과 현 정부가 '보편적 규범‧가치'의 힘을 다소 과하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중앙정부가 존재하는 국내 정치와 무정부 상태인 국제 정치의 결정적 차이점을 다소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부분이다.
국제 정치에서 '보편적 규범‧가치'는 물론 중요하다. 국가 간 분쟁에서 명분이 앞서면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다. 그러나 '이기적 국익'까지 뛰어넘지는 못한다. 러시아가 국제법을 어겨가며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도,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야기하지만 공개적인 군사 파병까지 가지 못하는 것 역시 명분보다 자국의 국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자유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규범과 가치를 앞세워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충돌 최전선에 서는 '민주주의 십자군(Democratic Crusaders)'이 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한국이 중국‧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 교류 규모도 크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발도 누울 자리를 보면서 뻗는 것이다. 외교는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어떻게 수용하고 반응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제 국제 외교전 첫 단추를 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해 본다.
윤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3박 5일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을 마치고 1일 귀국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현장 동행 취재를 했으며 나 역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항상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의 일이다.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방증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가 자유 민주주의 진영(미국·유럽)과 권위적인 공산주의 진영(중국·러시아)이 대립하는 '신냉전 시대'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다시 자각하게 하는 일이다.
대통령실에서는 '가치규범의 연대, 신흥 안보협력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세 요소가 달성된 성공적인 일정이었다고 자평했다. 실제 5년여 만에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은 3국이 더 긴밀한 관계로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점은 윤 대통령과 현 정부가 '보편적 규범‧가치'의 힘을 다소 과하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중앙정부가 존재하는 국내 정치와 무정부 상태인 국제 정치의 결정적 차이점을 다소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부분이다.
국제 정치에서 '보편적 규범‧가치'는 물론 중요하다. 국가 간 분쟁에서 명분이 앞서면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다. 그러나 '이기적 국익'까지 뛰어넘지는 못한다. 러시아가 국제법을 어겨가며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도,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야기하지만 공개적인 군사 파병까지 가지 못하는 것 역시 명분보다 자국의 국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자유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규범과 가치를 앞세워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충돌 최전선에 서는 '민주주의 십자군(Democratic Crusaders)'이 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한국이 중국‧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 교류 규모도 크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발도 누울 자리를 보면서 뻗는 것이다. 외교는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어떻게 수용하고 반응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제 국제 외교전 첫 단추를 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