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권 앞두고 與 '패권 경쟁' 본격화…과거에도 '집안싸움' 있었다

2022-06-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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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은 '권력 구도 개편'·차이점은 '선거 승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와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맨 오른쪽)이 지난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성민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이 30일 사퇴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승리 이후 이준석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기용된 지 3개월여 만이다. 박 비서실장의 사퇴로 국민의힘 내홍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홍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과 이 대표의 세력화로 시작됐다. 이 대표의 임기 만료가 1년여 남은 상태에서 차기 당권을 위한 국민의힘 내 패권 다툼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이른바 '집안 싸움'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에도 있었다. 당시 당의 주류였던 친박(친 박근혜)계와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간 갈등이 그 시작이었다. 

◆박성민 사퇴, 與 패권 경쟁 가속화 '신호탄' 됐다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은 이 대표와 친윤계 간 공개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박 비서실장의 사퇴 역시 이 대표 견제를 위한 친윤계의 공개 충돌로 볼 수 있다.

박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오늘 저는 일신상의 이유로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사퇴 결심 배경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최근 친윤계와 이 대표 간 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비서실장은 대표적인 친윤계 인사다. 

또 박 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비서실장 사퇴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이 대표와 거리두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고 했다. 

이 대표와 친윤계 사이의 신경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포항 영일만 대교(동해안 대교) 현장 부지를 방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포항이 지역구인 김정재 의원을 향한 '항의 방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혁신위원회 위원 5명을 지명했다. '이 대표의 혁신위'라고 보면 된다"고 말해 이 대표와 마찰을 빚었다.

다만, 이 대표는 "당내 상황과 비춰봤을 때 여러 해석을 덧붙이는 게 과연 당에 도움이 될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제2연평해전 승전 기념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말하면 김 의원이 저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허위사실에 기반한 당대표에 대한 공격은 어차피 포항시민들에게도 지지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리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이 대표에 대한 친윤계 의원들의 견제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 대표와 친윤계인 배현진 최고위원 및 안철수 의원 간 갈등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과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디코이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고 했다. 디코이(decoy)는 유인용 미끼를 뜻하는 것으로, 자신을 향한 윤핵관의 공세가 본격화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의원이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고 발언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첨부하고 이같이 말했다.

또 이 대표는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도 했다. 간장은 '간철수'(간 보는 안철수 의원)와 장 의원의 줄임말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디코이는 자신과 최근 충돌하고 있는 배현진 최고위원을, '직접 쏘는'의 주체는 장 의원과 안 의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장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1년이 얼마나 엄중한데 이런 식으로 당이 뭐 하는 것인가. 대통령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나. 부담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배 최고위원과 마찰 등을 겪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지난 2일 대구 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앞으로의 시정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당과 데칼코마니?…같은 듯 다른 집안 싸움 양상

당권 경쟁을 둔 집안 싸움은 5년 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7년 한국당은 2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홍을 겪었다.

1차 전선은 홍 당선인과 친박계 사이에서 형성됐다.

당시 홍 당선인은 친박계를 향해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간 뒤 슬금슬금 기어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라며 "다음 선거 때 국민이 반드시 그들을 심판할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사람들이 정치권에서 행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舊) 보수주의 잔재들이 모여 자기들 세력 연장을 위해 집단지도 체제로 회귀하는 당헌 개정을 모의하고 있다고 한다"며 "자기들 주문대로 허수아비 당대표를 하나 앉혀 놓고 계속 친박 계파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유기준 전 의원은 홍 당선인을 향해 "정치지도자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5월 17일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후보가 외국에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계속 대선 이후 당내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당선인은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었다.

홍문종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바퀴벌레'라고 썼다고 하는데 이게 제정신이냐. 낮술을 드셨냐.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했다.

지금의 국민의힘 내홍과 5년 전 한국당 내홍의 공통점은 지도부가 권력구도 개편을 건드린 것이 출발선이라는 점이다.

한국당은 '단일성 집단지도 체제'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같이 선출해 권력이 분산되는 '집단지도 체제'로 권력 구도 개편을 시도했다. 홍 당선인이 당시 친박계를 비난한 것도 집단지도 체제를 '친박 계파정치'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혁신위를 통해 당 내 권력 구도 개편을 꾀했다. 혁신위는 '이준석 사조직' 논란이 불거지며 당 내홍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5년 전과 지금의 차이점은 '선거 승패'다. 당시 한국당은 대선에 패배해 당 내에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나올 때였지만, 지금의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승리를 했다는 점에서 갈등 양상의 출발점이 다르다.

한편, 한국당의 집안 싸움은 홍 당선인이 당대표가 되면서 일단락됐다. 홍 당선인은 지난 2017년 7월 3일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홍 당선인은 취임 연설문에서 "비장한 각오로 무거운 선택을 받들겠다"면서 "우리 앞에 놓인 길은 언제 끝날지도, 얼마나 힘들지도 알 수 없는 지난한 고통의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칼에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육참골단의 각오로 우리 스스로를 혁신하자"며 "정치적 이익만 쫓아다니는 권력 해바라기는 안 된다. 무능·부패정당은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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