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는 도전할 만한 초기 시장, 정부 5년간 1조원 투입한다

2022-06-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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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연 협력으로 연구개발부터 공정 도입까지 연계

전세계 AI 반도체 시장 초기 단계...한국도 진출 가능

정부, 1조200억 투입하고 학부 및 전문대학원도 구축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월 27일 오후 KAIST에서 열린 '제1차 AI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 기술 연구에 향후 5년간 1조200억원을 투입하고, 전문 인력 7000명을 양성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에서 열린 '제1차 AI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AI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과기정통부와 출연연구기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과 사피온, 리벨리온, 텔레칩스, 딥엑스 등 스타트업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AI 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리의 경쟁 우위에 대한 위협을 극복하고, 수출 활로를 찾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며 "현재 시장을 압도하는 지배적 사업자가 없기 때문에 국내 기업도 글로벌 시장 선점 기회가 열려 있다. 우리 기술, 인프라, 인재를 전략적으로 묶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56%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시스템반도체는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

시스템반도체는 PC나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기술 확산에 따라 탑재 제품은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AI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데이터 처리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AI 반도체 비중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에는 시스템반도체 중 3분의 1을 AI 반도체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향후 5년간 관계 부처 합동으로 1조200억원(예타사업 포함)을 투입하고 미국 등 동맹국과 공동연구를 확대한다.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개발 사업에는 과기정통부와 산업부가 각각 4880억원과 4216억원을 투입하며, PIM 반도체(연산과 저장을 통합한 반도체) 개발 사업에는 각각 2897억원과 1130억원을 투자한다.

특히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반도체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NPU(뇌신경을 모방해 AI 연산에 최적화한 프로세서)와 PIM의 장점을 결합해 성능을 극대화한 초거대 AI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국산 AI 반도체 개발과 함께 초기 시장 수요도 만든다. 반도체 수요가 많은 데이터센터를 국산 AI 반도체로 구축하는 사업을 2023년부터 신설하고, 해당 컴퓨팅 자원을 AI 개발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와 함께 AI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하며 성능을 검증하는 신규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능형 CCTV(국토부)나 스마트시티(지자체) 등 공공사업에도 국산 반도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

국내 반도체 주요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해당 사업에 적극 참여해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구성한다. 연구기관에 대해 반도체 대기업이 기술자문을 제공하는 한편 성과가 우수한 연구 결과물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도 적용한다.

또 NPU를 개발하는 정부 사업에서 우수 설계기술로 평가된 기술은 삼성전자 생산공장 설계기술 데이터베이스에 놓고, 다양한 위탁생산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대기업이 직접 유망 기술에 대한 수요를 제기하고 연구개발 기획평가에 참여하며 협력을 강화한다.

AI 반도체 전문 인력도 7000명 양성한다. 학부 과정은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물리학 등 여러 학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한 'AI 반도체 연합 전공'을 3개 학교에 개설한다. 또 석·박사급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해 AI 반도체 대학원을 2023년 3개 신설하고 우수 인력에 대한 해외 파견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월 27일 KAIST에서 열린 'PIM 반도체설계연구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현판제막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부사장,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장(사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광형 KAIST 총장, 유회준 PIM 반도체설계연구센터장, 박영준 인공지능반도체포럼 의장.[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전략대화에서 가장 큰 성과로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자사의 메모리 설계 공정을 공개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를 통해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를 기반으로 PIM 반도체를 제작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메모리 설계 공정은 보안사항으로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정보다. 하지만 PIM 반도체는 CPU의 특성과 메모리의 특성을 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 구조를 알아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사업 참여를 통해 연구자에게 제한적으로 공정을 공개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PIM 반도체 개발도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PIM 반도체 설계연구센터(이하 센터) 개소식도 함께 진행됐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축사를 통해 "PIM은 기존 반도체 산업을 바꿀 게임 체인저다. 이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은 기존 반도체 강자를 따돌리고, 독보적인 위치로 성장할 수 있다. 센터가 세계의 역사를 새로 쓰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센터는 기술 개발부, 기술 지원부, 인재 양성부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센터를 플랫폼화해서 누구나 설계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이를 실제 칩으로 완성하고, 소프트웨어를 올려 빠르게 제품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소프트웨어, 응용 시스템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를 직접 키우고, 국내 반도체 기업과 공동으로 연구하면서 인재를 양성한다. 여기에는 64개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도 참여하면서 국내 연구역량을 총집결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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