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기인] ⑫ 한지연 네이버클라우드 PM "여성 개발자 꿈꾼다면 다양한 IT프로젝트 경험 쌓아야"

2022-06-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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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네이버클라우드 PM 인터뷰

SI, MSP 거쳐 CSP 업체서 IT 프로젝트 관리..."기술은 극복 가능한 문제, 사람 관리가 어렵다"

한지연 네이버클라우드 프로젝트매니저 [사진=네이버클라우드]

IT 개발자 사이에서 '금녀(禁女)의 벽'과 '유리천장'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많은 여성이 IT 업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여성 관리자와 임원의 수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여성 IT 개발자들의 성공적인 커리어 개발과 직장 생활, 승진 등을 막는 마지막 어려움인 육아·가사 문제도 슬기롭게 대처한 사례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1세대 여성 개발자인 한지연 네이버클라우드 프로젝트매니저(PM)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지연 PM은 컴퓨터공학이 아직 전산학의 일부에 불과하던 1990년대 초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시스템통합(SI)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IT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며 경험을 쌓은 후 클라우드가 태동한 2010년대 초에 클라우드 관리(MSP) 업계로 이직했다. 

자녀 교육과 원만한 관계를 쌓고자 잠깐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IT 경력을 인정받아 국내 상위권 클라우드 서비스(CSP) 업체에서 PM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한 PM과 일문일답.

-전체 IT 개발에서 PM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전체 개발 프로젝트의 라이프사이클을 통합 관리하는 업무다. 성공적인 프로젝트 마무리를 위해 팀원과의 관계 구축이 제일 중요하다. IT 기술은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닌데, 사람 관리는 언제나 어렵다. 때문에 아무래도 내향적인 사람보다는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사람에게 어울린다."

"IT 프로젝트는 크게 △고객의 요구사항을 분석하는 단계 △최종 결과물을 설계하는 단계 △설계를 기준으로 구현하는 단계 △구현을 마치고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운영하는 단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PM은 이런 프로젝트 단계별로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개발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범위 관리)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일정 관리) △프로젝트를 얼마에 해야 하는지(원가 관리) △고객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품질 관리) △누구랑 일할 것인지(HR 관리) △누구와 정보를 주고받을지(의사소통 관리)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도 PM의 역할이다. 여섯 가지 역할 중 하나만 소홀해도 IT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어려워진다."

"또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초기에는 드러나지 않던 문제가 속속 나타나는데, 이를 원만히 해결하는 리스크 관리도 PM에게 주어진 임무다."

-현재 네이버클라우드에서 하는 업무는?

"두 가지 PM을 맡고 있다. 첫째는 금융 클라우드 PM이다. 금융사가 네이버클라우드를 잘 쓸 수 있도록 기술 컨설팅을 제공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는 최상의 상품과 프로젝트 방안을 제안하는 일이다."

"둘째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 운영 지원 PM이다. 코로나19 초기부터 PM으로 투입된 것은 아니고, 작년부터 시스템 관리를 맡고 있다. 코로나19가 한풀 꺾이면서 e학습터 접속 학생 수는 줄었지만, 그래도 많은 학생이 접속해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장애 없이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24시간 관리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여성이 일하기에 좋은 기업인가?

"좋다. 네이버클라우드 직원이라 하는 평가가 아니다(웃음). 기존 직장은 나인투식스(오전 9시~오후 6시) 근무제를 지켰는데, 네이버클라우드는 처음 입사하고 9시에 맞춰 출근하니 사람이 없었다. 아침에 가정을 돌보고 10~11시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월 근무 시간만 지키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었다. 덕분에 아침 자녀 돌봄을 위해 친정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지연 네이버클라우드 프로젝트매니저 [사진=네이버클라우드]

-SI, MSP를 거쳐 CSP로 업종을 옮겼는데, 세 업계는 어떤 차이가 있나?

"SI는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다. 다양한 산업군과 환경의 고객 IT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투입되어 마무리까지 해보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때문에 개발 스킬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운영 등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고객 요구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와 기술 관련 경험을 쌓고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MSP는 CSP가 제공하는 기술과 상품을 토대로 고객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회사다. SI는 아키텍처, 인프라 선정 등 IT 프로젝트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지만, MSP는 클라우드에만 집중한다."

"사실 일반 기업이 클라우드를 직접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MSP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서비스 구축뿐만 아니라 운영에 대한 비중도 큰 만큼 서비스 장애가 일어났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CSP는 직접 클라우드 상품을 만드는 회사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쟁력이 상품 수에 달려 있다지만,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아니라면 관련 수요도 없다.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기술을 잘 파악해서 빠르게 선보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CSP는 특정 기업에 필요한 특화 프로젝트가 아닌 대다수의 기업을 위한 IT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더 꼼꼼하고 완벽하게 상품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 때문에 납기일을 맞추는 데 치중하지 않고 장애가 일어나지 않게 책임감을 느끼고 완성도 있는 개발을 할 필요성이 있다."

"여성 개발자의 길로 나설 생각이라면 개발 프로세스가 갖춰진 상위 SI 업체에 가서 다양한 IT 프로젝트 경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경험을 쌓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로 본인도 SI 업계에서 배운 개발 방법론이 향후 PM으로 업무를 전환했을 때 좋은 배경으로 작용했다."

"CSP나 MSP 업계 취업을 원한다면 학부생 때부터 관련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 신입 개발자한테 중요 서비스 모듈 개발을 맡기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 속해 일하는 것과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1997년부터 15년 넘게 SI 업계에서 일했다. 2013년부터 신사업인 MSP에 나섰는데, 당시 클라우드 사업 초창기이다 보니 매출이 SI보다 많이 적은 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녀가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입학하다 보니 자녀 성장을 위한 지도도 직접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때문에 20년의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집안일에 전념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랜 IT 업계 생활 덕에 인공지능 프로젝트 관련 제안이 들어오면서 자녀 돌봄과 일을 병행하는 프리랜서 생활을 잠시 하게 됐다."

"프리랜서는 계약된 업무만 하면 되는 게 장점이다. 계약에 맞춰 업무 일정도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자녀 방학 시기에 맞춰 일하기도 했다. 때문에 자녀가 있는 여성 개발자라면 잠깐 프리랜서로 일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모든 일을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회사는 나를 도와줄 팀원과 조직이 있지만, 프리랜서는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진다.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레퍼런스 확보와 인간관계 구축에 큰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에 언제나 일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안정성도 크다."

"때문에 프리랜서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조금이라도 일을 못 하거나, 프로젝트를 망치면 일이 순식간에 끊기고 시장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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