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울 연작시집 '사라져 간 그리운 우리 것들'

2022-06-2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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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울 연작시집 '사라져 간 그리운 우리 것들' 표지[사진=김여울]

김여울 시인이 연작시집 ‘사라져 간 그리운 우리 것들’을 냈다. 지난 2월 시집 '초록마을에서는‘을 낸 지 불과 몇 달 사이에 펴낸 시집이다.

총 50편의 시를 제1부 다듬이질 소리, 제2부 배불뚝이 항아리. 제3부 조선 다리미, 제4부 엄니의 밀주로 엮었다. 부록에 ‘어느 가계도’를 덧붙였다.

"호롱불 앞에서 못하는 일이 없었스럿다/하마터면 낫 놓고/기역자를 놓칠 번했던 일/호롱불이 있었기에 알아챌 수 있었어라/사랑방에 모여 새끼 꼬고/가마니 치던 일/심지어 골 마리를 까벌리고/이를 잡고 서캐를 으깨던 일조차도/호롱불이 아니면 할 수 없었지/밤새도록 동네방네/잡동사니 왈패들 투전판을 벌이던 일도/호롱불이 없었더라면 어림도 없었지/어디 그뿐인가/석유지름(기름의 방언) 닳는다는/아부지 엄니 성화에도 끝내 주경야독/중뿔난 고집부리더니/말단 공무원시험 합격/훗날 한 고을 군수까지하게 될/인물이 나온 것도 오리지 호롱불이 있었기에/가능한 일이었어라” -김여울 ‘호롱불’ 부분-

김 시인의 이번 작품은 소위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의미)라고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그야말로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던(먹던) 시절에....”로 시작해야 맞을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는 글로벌 세대이자 인터넷 시대에 성장한 세대로 묘사된다. Z세대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휴대용 디지털 기술에 접근하여 성장한 사회 세대로서 성장기에 디지털 문화를 향유하여 해당 문화에 익숙한 세대를 일컫는 말로 주로 쓰이고 있기에 말이다.

김 시인은 “예전에 우리 곁에 있었던 것들! 어쩌면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평소엔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 우린 그 소중했던 것들이 지금 두 눈 멀똥히 뜨고 있는 사이에도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없어져버린 어처구니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늘을 살고 있다”며 “예전 한 때 우리와 함께 했던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고 없는 데도 허허실실하듯 해도 되는 것인지 한번쯤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김 시인은 우리의 옛 생활문화가 사라진 오늘날 이를 재조명한다는 것은 참으로 값지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김 시인은 “이 글을 쓰기 위해 일백여 가지의 사라져가고 있거나 없어져 버린 것들을 모아 그 중에서 50편의 소재들을 골라내어 책 속에 담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문명의 나라 선진국이 된 우리가 보릿고개 시절을 잊을까봐 ‘똥장군’을 꺼내왔다.

“이른 봄 입춘 이쪽 저쪽 무렵이면 아부지는 똥장군을 지개에 지고 퍼렇게 보리싹이 돋은 보리밭으로 가셨어라 보심스레 똥장군을 내려놓은 다음 똥장군 뚜껑을 열고 똥바가지로 똥을 퍼 찬바람 쌩쌩 옘병하듯 놀아나는 보리밭 이랑을 따라가며 보리밭아, 이똥물 먹고 잘 자라거라잉 소리를 하늘에 고하듯 엄숙하게 중얼거리며 똥장군 속의 똥물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퍼 주고 또 퍼 주고를 했어라 그 바람에 똥물먹고 잘 여문 보리 덕분에 용케도 보릿고개 별 탈 없이 잘도 넘을 수 있었지라” -‘똥장군’ 부분-

김여울 시인은 전북대 개교 16주년 전국 고교생문예작품현상모집(1968)에서 소설 〈문둥이〉로 입선하면서 문학적인 재능을 선보였다. 전남일보(현 광주일보)신춘문예 소설 〈오지에서 줍다〉,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하나님의 발자국소리〉, 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 수필 〈유년의 풍속도〉 이 외에도 수많은 당선작을 내면서 장르를 불문하는 문학적 천재성을 가진 작가이다.

전북아동문학상, 장수군민의장문화장, 현대아동문학상, 전북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공무원문예대전 동시 우수상, 제1회 건필문학상, 한국전자저술상 등 많은 수상경력도 갖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아동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전북시인협회, 전북소설가협회, 한국문학방송작가회, 장수문인협회 등 문단에서도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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