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재정 지출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안전 자산으로 몰리면서 가상화폐와 주식,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세계 각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에 나서자 ‘유동성 파티’는 종식을 맞았고, 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19일 오후 3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4.59% 떨어진 2395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2400만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한때 8100만원대까지 치솟은 점과 비교하면 70%나 떨어졌다. 해외에서도 비트코인은 2만 달러(약 2590만원), 1만9000달러(약 2460만원) 선이 차례로 무너졌다.
국내 증시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연초 대비 20% 가까이 급락한 상황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주간 하락률은 코스피 -5.97%, 코스닥 -8.18%다. 이는 지난 1월 24∼28일(-6.03%) 이후 올해 들어 둘째로 높은 수치다. 코스닥 낙폭은 2020년 2월 24∼28일(-8.57%)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연초 대비로는 코스피가 지난해 말 2977.65에서 지난 17일 2440.93으로 18.02%(536.72포인트) 떨어졌고 코스닥은 1033.98에서 798.69로 22.76%(235.29포인트) 내렸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코스피 -40.73%, 코스닥 -52.85%) 이후 최대 연간 하락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시가총액도 크게 축소됐다. 지난 17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지난 한주 만에 151조8000억원이 날아갔다. 연초 이후로는 코스피에서 282조2000억원이, 코스닥에서 92조1000억원이 감소하며 합산 시총 374조3000억원이 증발했다.
부동산 시장도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는 6주 연속 하락해 88.8을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의 수급 동향과 매수세 등 매수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서울은 한강 이북 14개 구를 포괄하는 강북권역이 전주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84.5를 기록해 2주 연속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2019년 7월 넷째 주(22일, 85.8)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도 5주 연속 하락하며 94.5까지 내렸다.
노원구 상계동 소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 후 매물이 크게 늘었지만, 이제 매물이 꾸준히 나와도 매수세가 안 붙어 급매 거래조차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