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밀 등 핵심 원재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했다. 커피·코코아 원두와 단순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10%) 감면 대책도 내놨다. 각 부처가 소관 품목 물가를 책임지는 부처책임제도 도입했다. 그야말로 '총력전'이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물가 안정 총력전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5만t의 돼지고기 수입 물량에 대해 현행 22.5∼25%인관세를 0%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 가운데 90%는 이미 관세 없이 국내로 들어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들여오는 돼지고기는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율이 0%이기 때문이다.
관세를 무는 캐나다(6.6%), 멕시코(1.9%), 브라질(1%)산을 모두 합쳐도 10%가 되지 않는다. 관세를 없애봐야 소비자가 부담하는 돼지고깃값이 낮아지기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으로 사료작물 가격이 오르면서 돼지고기 수입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눈 가리고 아웅 하기'식 물가 대책을 내놨다는 지적을 피해 가기 어려운 지점이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커피와 코코아 원두에 붙는 부가가치세(10%)도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원두 수입 단계에서 부가가치세를 면제함으로써 원재료비가 9% 수준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발 늦었다. 프랜차이즈점과 편의점 등은 원두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이미 한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한 번 올라간 가격이 부가가치세 면제로 다시 낮아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농산물을 비롯한 주요 생필품에 대해 책임자를 지정해 관리하게 하는 물가 부처책임제는 더 문제다. 부처책임제는 '다 같이 힘을 합쳐 해결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각자 알아서 책임져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뾰족한 대안이 없다 보니 각 부처로 책임 소재를 분산시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도입된 물가 부처책임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했던 '물가 관리 책임 실명제'를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책임 '소재'만 명확하게 할 뿐 정작 '책임' 지는 사람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물가 상승세를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은 이미 여러 차례 놓쳤다. 전문가들은 "지금 한국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지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경고한다. 5%를 훌쩍 뛰어넘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허울뿐인 '빛 좋은 개살구'는 안 된다. 진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적의 정책을 시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