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한 번 단절되면 복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간 쌓아온 경력과는 다른 업종에서 일하거나,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복귀를 주저하게 한다. 기술가치평가기관 티밸류에서 기술평가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윤희 전문위원은 경력 단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자리에서 또 다른 경력에 도전하고 있다. 연구자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리며 활약 중이다. 다음은 이윤희 전문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Q.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ICT 관련 기술평가업무를 수행하는 기술가치평가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창업·벤처 기업이 투자를 받을 때, 혹은 기관이 기술을 이전하거나 기술사업화를 할 때 첫 단계로 기술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기술가치평가는 개인·기업이 갖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때 시장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 정량적·정성적 평가로 가치를 산출하는 일이다.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가치가 산출되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권에서 이를 통한 담보대출도 가능하다. 기술가치평가사는 이 일련의 과정을 주도하거나 투자사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Q. 전공 분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학창시절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 컴퓨터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접하면서 이쪽에 관심이 있었다. 졸업 후 통신회사에서 인터넷 관련 업무를 잠시 했는데, 학사과정 시절에는 없던 융합대학원이 생겨나는 곳도 많아지면서 석·박사 과정으로 돌아오게 됐다.
석·박사 전공은 정보시스템학과 의료정보학이다. 오늘날 주목받는 인공지능, 데이터마이닝 등을 다루는 분야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는 연구원으로 5년간 일했다. 당시에는 박사과정 후 미국에서 1~2년 연구 경력을 쌓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교수가 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Q. 경력단절 원인과 복귀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미국에서 공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다. 미국에 거처도 잡아놓은 상황에서 추가 연구를 위해 가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연구자라는 직업은 스트레스도 많고, 몸도 많이 상한다. 온갖 병은 석·박사 과정 중에 생긴다는 말도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박사후연구원이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수요가 많아, 자리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지만, 한국에서 치료하기 위해 포기하게 됐다. 이때 경력이 단절됐다.
경력단절 기간 중에는 한국어 교사로 일해보고 싶은 생각에 다시 석사과정을 밟았지만, 결국 생계 문제가 생겼다. 여성과학인지원센터(WISET)의 경력 복귀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연구지원 업무를 2014년부터 맡게 됐고, KISTI를 나온 이후 ICT 분야 경력을 살려 기술가치평가사로 일하고 있다.
Q. 연구자에서 연구지원으로 업무가 바뀌었을 때 어려움은 없었나?
연구자는 자기 아이디어, 고유의 연구 산출물이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학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면서 보람을 느낀다. 자신이 개발하고 연구한 결과물이 해당 학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때 경력이 단절되지 않았으면, 이 분야에서 더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현재 기술가치평가 업무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새로운 기술을 보고 아이디어를 들을 때면 연구자의 길을 계속 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연구지원 분야에서 새 업무를 시작할 때는 초기 업무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투입됐다. 또한 전공 분야에서 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하더라도 3년 이상 경력 단절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생활 복귀 자체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무엇보다 경력 단절 기간에 더해 박사후연구원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해, 같은 직급의 동료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부담스러웠다. 업종 변경은 타협이 가능하지만, 직급이나 급여 문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잃어버린 세월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Q. 그런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
이런 문제가 크지는 않았다. 업무 내용은 오히려 쉬운 편이라 빠르게 배우고 결과물을 내면서 나름의 성취감도 얻었다. 남은 시간도 많아서 이때 기술가치평가를 공부했다. 또 정보보안 자격증(CISA)도 획득했는데, 최근 정보보호 기술평가에 대한 의뢰가 많이 들어오면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력 복귀 여성 멘토로 활동하면서도 멘티들에게 지혜를 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불평과 불만은 한도 끝도 없다. 지금 자리에 불만족스럽다면, 성공의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준비 과정으로 삼으며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Q.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ICT 관련 기술평가업무를 수행하는 기술가치평가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창업·벤처 기업이 투자를 받을 때, 혹은 기관이 기술을 이전하거나 기술사업화를 할 때 첫 단계로 기술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Q. 전공 분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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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 전공은 정보시스템학과 의료정보학이다. 오늘날 주목받는 인공지능, 데이터마이닝 등을 다루는 분야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는 연구원으로 5년간 일했다. 당시에는 박사과정 후 미국에서 1~2년 연구 경력을 쌓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교수가 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Q. 경력단절 원인과 복귀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미국에서 공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다. 미국에 거처도 잡아놓은 상황에서 추가 연구를 위해 가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연구자라는 직업은 스트레스도 많고, 몸도 많이 상한다. 온갖 병은 석·박사 과정 중에 생긴다는 말도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박사후연구원이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수요가 많아, 자리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지만, 한국에서 치료하기 위해 포기하게 됐다. 이때 경력이 단절됐다.
경력단절 기간 중에는 한국어 교사로 일해보고 싶은 생각에 다시 석사과정을 밟았지만, 결국 생계 문제가 생겼다. 여성과학인지원센터(WISET)의 경력 복귀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연구지원 업무를 2014년부터 맡게 됐고, KISTI를 나온 이후 ICT 분야 경력을 살려 기술가치평가사로 일하고 있다.
Q. 연구자에서 연구지원으로 업무가 바뀌었을 때 어려움은 없었나?
연구자는 자기 아이디어, 고유의 연구 산출물이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학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면서 보람을 느낀다. 자신이 개발하고 연구한 결과물이 해당 학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때 경력이 단절되지 않았으면, 이 분야에서 더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현재 기술가치평가 업무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새로운 기술을 보고 아이디어를 들을 때면 연구자의 길을 계속 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연구지원 분야에서 새 업무를 시작할 때는 초기 업무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투입됐다. 또한 전공 분야에서 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하더라도 3년 이상 경력 단절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생활 복귀 자체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무엇보다 경력 단절 기간에 더해 박사후연구원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해, 같은 직급의 동료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부담스러웠다. 업종 변경은 타협이 가능하지만, 직급이나 급여 문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잃어버린 세월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Q. 그런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
이런 문제가 크지는 않았다. 업무 내용은 오히려 쉬운 편이라 빠르게 배우고 결과물을 내면서 나름의 성취감도 얻었다. 남은 시간도 많아서 이때 기술가치평가를 공부했다. 또 정보보안 자격증(CISA)도 획득했는데, 최근 정보보호 기술평가에 대한 의뢰가 많이 들어오면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력 복귀 여성 멘토로 활동하면서도 멘티들에게 지혜를 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불평과 불만은 한도 끝도 없다. 지금 자리에 불만족스럽다면, 성공의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준비 과정으로 삼으며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Q. 경력과 관련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선택은 무엇인가?
현재 직장으로 이직한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KISTI에서 티밸류 대표님을 만났고, 지금 회사를 차릴 때 따라 나왔다. 큰 조직에 있으면 조직 안에서 자율권이 작은데, 지금 일은 자율적인 부분도 많고, 내 가치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 경력과 관련한 고민은 없는가?
보고서 작성이 가장 어렵다. 논문 작성과는 다르게, 기술평가를 위해서는 보고서 작성이 필수다. 쓰면 쓸수록 자신만의 스타일이 녹아든 보고서가 나온다고 하는데, 현재 내가 쓰고 있는 보고서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 분야 전문가라고 해서 해당 분야의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며,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술가치평가사 전문가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Q. 삶의 지표로 삼는 격언이나 신조는?
로마서 8장 28절로, 선한 의지로 모여서 선한 협력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항상 내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았다. 내 일에 충실하고 결과를 정직하게 내놓으면 주변에서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고 믿는다.
내가 이룬 것 중 모든 것을 혼자서 한 것은 하나도 없다. 기술가치평가를 하면서 초기 사업가를 만나보면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혼자서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Q. 존경하는 인물이나 인생관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우리 부모님이다. 아버지는 연구자로서 계속 활동하셨고, 논문 수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버지의 업적을 평생 따라갈 순 없을 듯하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은 물려받아, 연구자로서 아버지를 존경한다.
티밸류 대표님 역시 존경한다. 여성 사업가로서 여성의 고충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인이다. 특히 척박한 이 분야를 개척하고, 후진을 양성하는 등 존경할 점이 많다.
Q. 동료와 후배 여성과기인에게 읽어 볼 만한 책을 추천한다면?
여성과학기술인이 석·박사 수준이고, 연구를 하고 있다면 책 읽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좋을 듯하다. 텍스트 말고 다른 감각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이제 경력을 시작하거나 경력에 복귀하는 사람이라면 '신경끄기의 기술'이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를 추천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남이 무엇을 하느냐를 삶의 지침으로 삼는 듯하다.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처럼 자신의 길을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주변의 환경적 요소로부터 본인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배웠으면 한다.
Q. 여성과기인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정책은?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 여성과기인을 위한 정책은 잘돼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력단절이나 복귀 후 유지 등에서는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남녀 무관하게 교육 차원에서 업무 노하우를 알려주거나, 국내 연구기관이 좁으면 해외로 연구소를 개척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연구 분야에서는 전문가에 대한 풀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고 느낀다. 전공이나 학위는 물론, 프로젝트 참여 이력이나 경력 등도 체계적으로 관리해 인재를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앞으로 경력에 있어서 목표나 꿈이 있다면?
현재 업무가 너무 많아서 여력은 없지만, 항상 연구자로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기술가치평가 분야도 최근 학회가 생기고 있으며, 이쪽 분야에서 논문을 쓰면서 연구자로서 타이틀을 갖고 싶다.
현재 직장으로 이직한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KISTI에서 티밸류 대표님을 만났고, 지금 회사를 차릴 때 따라 나왔다. 큰 조직에 있으면 조직 안에서 자율권이 작은데, 지금 일은 자율적인 부분도 많고, 내 가치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 경력과 관련한 고민은 없는가?
보고서 작성이 가장 어렵다. 논문 작성과는 다르게, 기술평가를 위해서는 보고서 작성이 필수다. 쓰면 쓸수록 자신만의 스타일이 녹아든 보고서가 나온다고 하는데, 현재 내가 쓰고 있는 보고서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 분야 전문가라고 해서 해당 분야의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며,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술가치평가사 전문가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Q. 삶의 지표로 삼는 격언이나 신조는?
로마서 8장 28절로, 선한 의지로 모여서 선한 협력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항상 내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았다. 내 일에 충실하고 결과를 정직하게 내놓으면 주변에서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고 믿는다.
내가 이룬 것 중 모든 것을 혼자서 한 것은 하나도 없다. 기술가치평가를 하면서 초기 사업가를 만나보면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혼자서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Q. 존경하는 인물이나 인생관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우리 부모님이다. 아버지는 연구자로서 계속 활동하셨고, 논문 수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버지의 업적을 평생 따라갈 순 없을 듯하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은 물려받아, 연구자로서 아버지를 존경한다.
티밸류 대표님 역시 존경한다. 여성 사업가로서 여성의 고충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인이다. 특히 척박한 이 분야를 개척하고, 후진을 양성하는 등 존경할 점이 많다.
Q. 동료와 후배 여성과기인에게 읽어 볼 만한 책을 추천한다면?
여성과학기술인이 석·박사 수준이고, 연구를 하고 있다면 책 읽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좋을 듯하다. 텍스트 말고 다른 감각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이제 경력을 시작하거나 경력에 복귀하는 사람이라면 '신경끄기의 기술'이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를 추천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남이 무엇을 하느냐를 삶의 지침으로 삼는 듯하다.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처럼 자신의 길을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주변의 환경적 요소로부터 본인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배웠으면 한다.
Q. 여성과기인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정책은?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 여성과기인을 위한 정책은 잘돼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력단절이나 복귀 후 유지 등에서는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남녀 무관하게 교육 차원에서 업무 노하우를 알려주거나, 국내 연구기관이 좁으면 해외로 연구소를 개척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연구 분야에서는 전문가에 대한 풀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고 느낀다. 전공이나 학위는 물론, 프로젝트 참여 이력이나 경력 등도 체계적으로 관리해 인재를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앞으로 경력에 있어서 목표나 꿈이 있다면?
현재 업무가 너무 많아서 여력은 없지만, 항상 연구자로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기술가치평가 분야도 최근 학회가 생기고 있으며, 이쪽 분야에서 논문을 쓰면서 연구자로서 타이틀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