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주 갈래? 울릉 갈래?..."2026년 울릉행 비행기 뜬다, 서울~울릉까지 1시간"

2022-06-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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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해상 매립공항...최초 케이슨 공법 도입

울릉 관광 편의성 획기적으로 개선, 도민 의료접근, 독도 접근성도 향상

울릉공항 건설현장을 방문한 취재진들이 현장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토부]

서울역에서 포항역까지 KTX를 타고 2시간 40분. 또다시 포항역에서 시속 60㎞를 달리는 쾌속선을 타고 약 3시간 45분을 달리면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화산섬 울릉도가 나온다. 서울에서 출발해 울릉도까지는 편도로 약 7시간. 하루가 꼬박 소요되는 시간도 심리적 장벽이지만 거친 바다의 변덕을 견뎌내긴 더 곤욕이다. 쾌속선을 타고 약 1시간이 지나자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에는 배멀미로 신음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줄서기를 포기한 이들의 구토 소리가 좌석 곳곳에서 들렸고, 약 2시간이 지나자 배 전체는 특유의 쉰내와 함께 고통의 신음소리가 흘렀다. 울릉도를 보기 위해 지옥을 거쳐야 한다면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었다.
 

포항 케이슨 제작현장. 

◆'최초', '최대'의 기록···소형공항 새 역사 쓰는 울릉공항

"하늘과 바다의 '선택받은 자'만이 입도할 수 있습니다. 지옥 같은 바다의 물결을 견디고 무사히 도착하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울릉공항 건설현장 관계자)
 
오는 2026년 1월 울릉도를 향하는 하늘길이 열린다.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서울에서 울릉도까지는 기존 7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된다. 멀게만 느껴졌던 울릉도 관광이 제주도처럼 하루 생활권으로 가능하다는 의미다. 울릉공항이 본격 가동하면 울릉도 관광 편의성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 도서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가 추진하는 울릉공항건설사업은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일원에 50인승 항공기가 취항 가능한 1.2㎞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7092억원으로 이 가운데 1595억원은 공항공사가 부담한다.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 2015년 기본계획고시, 2018년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20년 본공사에 착수했다. 현재 공정률은 20% 수준으로 공사는 DL이앤씨(컨소시엄)가 맡았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연말까지 32% 준공률을 달성해 2025년 준공 및 시범운행을 거쳐 2026년이면 완전 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공항은 국내 공항 중 최대 규모의 해양매립공사다. 매립수심이 23~31m, 성토높이가 46~54m에 달해 최고의 난공사로 꼽힌다. 이는 인천공항의 30배, 가덕공항의 1.5배 수준이다. 때문에 정부가 추진 중인 소형공항 3대장 사업(백령도·흑산도·울릉도) 가운데 공사비 규모가 가장 크다. 매립에 필요한 토사 915만㎡는 가두봉을 약 30개월 동안 절취해 확보할 예정이다.
 
DL이앤씨는 최초로 도입하는 케이슨(구조물) 공법을 도입해 울릉공항을 건설한다. 케이슨이란 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상 구조물로, 최대 규모가 12층 높이의 아파트 3개동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포항에서 케이슨을 제작해 울릉까지 약 210㎞를 시속 5.6㎞ 이하로 약 52시간을 운반한다. 활주로는 최소 8600톤~1만6000t의 케이슨 30함을 바다에 띄워 그 안쪽을 토사로 채우고 그 위에 다시 콘크리트를 쌓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동해안의 깊은 수심과 높은 파고를 견디면서도 막대한 건설비용을 감당할 최적의 공법이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수형 DL이앤씨 울릉공항 현장소장은 "케이슨이 놓일 바닥을 평평하게 다지기 위해 하루에 잠수부 8명이 직접 바다로 투입된다"면서 "케이슨은 자체 하중으로 수중에서 안정적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다른 추가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울릉공항 건설현장 [사진=국토부]


◆울릉도 전국 어디서나 1시간...약 1조원의 생산유발효과 기대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전국 어디서나 평균 4~7시간 소요되던 울릉관광이 당일 왕복가능한 '1일 생활권'으로 단축된다. 현재 선박을 이용하면 제주~울릉 7시간, 부산~울릉 6시간, 포항~울릉 4시간 등이지만 항공을 이용하면 비행 1시간으로 단축된다. 울릉에서 독도까지는 왕복 4시간 소요되는데, 항공기 취항으로 독도 접근성도 개선될 예정이다.
 
공항 건설은 도민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가장 큰 기대 효과는 도서주민들의 생활권역 및 의료권역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현재 울릉도에는 8977명이, 독도에는 31명이 거주하고 있다. 독도의 경우 선박은 비정기적으로 운영 중이며 울릉도 선박은 하루 2회(왕복), 관광 성수기에는 약 8회(왕복) 운행으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평균 결항률도 22.1%에 달한다. 항공기는 결항률이 선박의 3분의1 수준이어서 도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 및 인구 감소 효과에 대응할 수 있고, 응급환자 발생 시에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이다.
 
국토부는 울릉항공 수요는 2035년 94만명, 2050년 11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루 왕복 인구로 계산하면 약 2000명, 첨두시 여객수와 운항 횟수는 각각 366명, 8편에 달한다. 기존 선박이 수용하던 일 평균 전체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토부는 울릉공항 건설로 약 9800억원의 생산효과와 함께 6900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울릉공항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건설 관련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교통, 요식, 숙박, 유통, 관광 등 지역사회 경제 전반에 새로운 활력이 불고 있다"면서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3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공항 자체가 울릉도 랜드마크...4차 산업혁명·신재생에너지 등 첨단기술 보고

공항 자체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담은 관광 랜드마크로 개발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울릉공항은 전통 가옥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마을', 울릉도의 거친 대지를 형상화한 지붕을 담은 '거친 대지', 가두봉을 형상화한 전망대 '기억의 바위'라는 3가지 콘셉트를 담은 '울릉 풍경공항' 개념이 도입된다. 전망대는 항공기 이착륙과 동해바다, 독도 조망이 가능한 관광명소로 개발된다.
 
국토부는 울릉공항 개항시점에 맞춰 지방자치단체,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업한 '종합 마스터플랜'도 내놓을 예정이다. 대표적으로는 교통과 관광을 통합한 'MaaS'의 도입이다. MaaS란 전 교통수단을 단일플랫폼으로 통합해 이용객이 '계획-결제-활용' 등을 원스톱으로 가능하게 한 서비스다. 이용자가 울릉공항에 내려 서울에서 미리 예약한 공유 자전거 및 '1인 모빌리티'를 타고 숙소와 관광명소 등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울릉도와 독도 간 경비행기 관광 패키지 상품 등 도민이 원하는 상품 개발도 돕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교통, 숙박, 편의시설 등을 연결한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도입하겠다"면서 "지나친 난개발, 상업성을 배제하기 위해 현재 지자체, 문화부 등과 함께 울릉도 고유의 산업, 문화, 관광자원, 레저스포츠 등을 활용한 특화 상품 개발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릉공항에 도입되는 항공기는 활주로(1200m)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로 ATR-42, Q300 등이 검토된다. 두 기종 모두 이착륙 거리가 1200m 이내의 46~56명이 탑승 가능한 소형 항공기다. ATR기종은 현재 국내 항공사인 하이에어가 김포~제주, 김포~울산, 김포~사천 등 3대 노선을 운행 중이다. 운항비용은 개항시점에 취항사가 결정돼야 알 수 있지만 현행 KTX, 선박 이용요금을 포함한 12만~15만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종완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울릉공항은 현재 전국에서 추진 중인 8개 신공항 사업 가운데 가장 고난이도이자, 최초로 해상매립 기술이 활용되는 사업"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 태양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난개발을 막는 종합관광 마스터플랜을 도입해 시민들의 교통권, 관광권, 의료권 등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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