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거래침체 등으로 자금확보가 어려운데다 고분양가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1.7%(49가구) 증가한 297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1월 1325가구에서 5개월 새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가장 최근 공급한 민간임대 아파트 '은평 디에트르 더 퍼스트'도 미계약이 속출했다. 해당 단지는 지난달 실시한 1순위 청약에서 최고 60대 1의 경쟁률로 접수를 마감했지만, 지난 10~12일 진행된 정당계약 결과 전체 공급물량 452가구 중 255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남았다. 5억~7억원대의 임대보증금과 함께 최장 10년 거주 후 임차인에게 주어지는 분양전환권 가격을 해당 시점에 맞추기로 해 가격에 부담감을 느낀 미계약자가 속출한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1월 1030가구에서 지난 4월 2146가구로 108%나 증가했다. 지난해(1390가구)와 올해 4월 미분양 물량을 비교했을 때도 54.4%가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안성시가 1045가구를 기록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지난 3월 청약을 진행한 '안성 그랑루체' 6개 주택형(일반공급 788가구) 중 4개 주택형에서 미달이 발생했으며, 지난달 분양한 '안성 공도 센트럴카운티 에듀파크'에서도 416가구 모집에 182명이 청약을 접수하는 등 미분양 사례가 이어진 탓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실장은 "추세적으로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 "확실히 지난해보다 청약 경쟁률은 낮아지고 미분양 사례는 전반적으로 늘어난 데다 분양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지표가 (미분양) 증가 추세를 가리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함 실장은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정부의 여신 규제 등 금융 문제가 발생한 데다 시장의 고가 피로감도 상당히 높아져서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향후 분양가상한제 개편으로 분양가가 더 높아진다면 수요자들은 아무래도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역시 "현재 소비자가 가장 민감한 부분은 분양가"라면서 "올해 서울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강북구는 서울에서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자치구라는 점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