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를 품은 분당갑은 20년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보수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며 서울 강남 못지않은 보수 성향을 보여왔다. 2016년 20대 총선 때 김병관 후보가 승리한 것을 제외하고 내리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차지한 지역이다.
두 달 전 대통령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지지표가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경기도에서 45.62%를 득표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50.94%)에 5.32%포인트 뒤졌지만 분당구에서는 12.56%포인트(윤 당선인 54.58%, 이 고문 42.02%) 앞섰다.
보수세가 강한 분당갑에서 안 후보는 수성을, 김 후보는 탈환을 노린다. 두 사람은 2000억원대 자산가로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특히 판교테크노밸리가 자리 잡은 분당 지역에서 이미 '웹젠'과 '안랩'이라는 IT기업을 성공 가도에 올려놓는 등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기업은 같은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해 있다.
인수위원장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며 정치인생 2막을 연 안 후보는 IT 정보보안 기업 '안랩' 창업자로, IT산업 1세대로 꼽힌다. 부산 출신인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대 교수가 됐다. 하지만 군의관을 마치고 의사의 길을 포기한 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해 바이러스 퇴치에 공을 세운 뒤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보안업체 최고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김 후보는 게임업체 '웹젠' 이사회 의장 출신이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벤처기업인 '솔루션홀딩스'를 공동 창업했다. 카이스트에선 산업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 후보는 솔루션홀딩스가 NHN에 흡수되면서 2005년부터 NHN 게임스 대표이사 등 게임 분야를 이끌었고, 2010년부터는 모바일게임으로 유명한 웹젠에서 활동하며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20대 총선 때 민주당 '인재 영입 2호'로 선거에 나서 국회에 입성해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재선에 도전한 21대 총선에서는 같은 지역구에서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0.72%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벤처 신화를 이룬 만큼 두 사람은 모두 '주식 부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 후보와 안 후보는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자 중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으로 꼽혔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가 분당갑에 출마해 '쩐의 전쟁'을 벌이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김 후보는 지난해 말 기준 재산 3694억8263만원을 신고해 후보자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코스닥시장 상장 게임업체인 웹젠 최대주주(지분율 26.72%·943만5000주)다. 안 후보는 코스닥 상장 보안업체인 안랩 최대주주(18.57%)로 재산 1979억8554만원을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