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이 5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그동안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 여파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듯 했으나 최근 은행들이 대출태도를 완화하고 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문턱 낮추기에 팔을 걷고 나서자 수요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월 말 기준 1060조20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2000억원) 이후 1월(-5000억원), 2월(-2000억원), 3월(-1조원)까지 줄어들며 유래없는 감소세를 이어가던 대출이 다시 증가로 돌아선 것이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 배경에 대해 "지난 3월 이후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하, 대출한도 증액 등 영업을 강화하면서 작년 12월 이후 위축됐던 가계대출 추세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종류별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86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그 증가폭이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주담대 증가규모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은 1조1000억원으로 전월(1조200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황 차장은 "주담대 규모는 주택매매거래 둔화에도 전세와 집단대출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전월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전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던 기타대출(272조1000억원)도 감소폭이 둔화되며 가계대출 증가에 힘을 실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경우 4월 한 달 동안 9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월(-3조1000억원)과 비교해 2조원 이상 감소폭이 축소된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힘입어 은행과 2금융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역시 반등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조3000억원 증가하며 올해 첫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 금융권 주담대는 지난달 2조8000억원 증가하며 전월(3조원)보다 증가폭이 소폭 축소됐다. 기타대출은 1조6000억원 줄었다. 전월(-6조5000억원)보다 감소폭이 대폭 작아졌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1000억원 증가했다. 보험업권(2000억원)·저축은행(3000억원)·여전사(6000억원)의 경우 전월 대비 증가했다. 대부분의 업권에서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증가한 가운데 상호금융권(-1조원)의 경우 비주담대 감소 등으로 인해 감소세가 유지됐다는 것이 금융당국 측 설명이다.
한편 황 차장은 향후 국내 가계대출 전망과 관련해 "금리 상승 속 은행 영업 강화가 대출 증가로 이어질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방역조치 완화 등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에 은행의 영업 강화가 겹치면 변화(뚜렷한 증가세 전환)가 있을 수도 있는 만큼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