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이번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 자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대규모 추경이 물가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워낙 시나리오가 다양해 상승폭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뽑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온전한 보상'을 하는 것이다. 규모는 3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추경이 이미 높아진 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추경은 현금성 이전지출 형태로 이뤄지는데 국내총생산(GDP) 상승 효과는 없고 소비에 직접 영향을 줘 물가 상승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는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해 소비쿠폰을 나눠 주는 방안이 추가되면 물가가 추가로 오를 여력이 마련된다.
반면, 소상공인이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받은 대출을 1금융권 대출로 전환해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나 소상공인이 갚기 어려운 빚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입해 정리하는 방식의 채무 조정안은 다소나마 물가 자극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같은 추경 계획과 물가 안정 목표를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 추경에 따른 정확한 물가 상승률도 파악하지 못했다. 재원 마련 방법, 지급 방식, 지원금 사용 유무에 따라 물가 자극 수준이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서 물가 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발표한 110개의 국정과제 중 물가 관리와 관련된 항목은 1개뿐이었다.
이마저도 현재의 물가 관리 수준에 그쳐 민생 안정 대책을 가장 먼저 살피겠다고 한 윤 정부 공약과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를 고려해 지금이라도 정부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규모 추경 대신 몇 차례에 걸쳐 추경을 하거나 분할지급 등의 방식을 통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민간 연구원 관계자는 "추경에 따른 물가 상승률은 워낙 시나리오가 다양하고 중장기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되기 때문에 앞선 추경에서도 물가의 정확한 상승률을 시뮬레이션화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과도한 추경이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는 만큼 거시건전성 관리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