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 정관에는 아훠홈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2/3 이상 이사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대거 선임한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 구 부회장의 허락이 필요한 셈이다.
원칙적으로 주식회사의 지분 매각은 자유롭다. 합자회사나 조합과 달리 주식회사는 개인의 개성보다 단체성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상법은 상장기업이 아닌 이상, 정관에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만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조항을 둘 수 있게 하고 있다. 아워홈은 비상장기업이다. 물론 법원에 매각 대상자를 선임하거나 구 전 부회장 측이 매각자를 지정할 수도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M&A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상법상 절차를 통해 법원을 한 번 갔다 오면 몇 달이 소요되기에 사실상 매각이 이뤄질 수 없어 실무적으로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임시 주총을 소집해 48명의 이사를 선임하려는 것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현재 아워홈 이사진은 구 전 부회장을 포함해 25명이다. 구 전 부회장이 2/3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이사의 수는 48명인 것. 구지은 부회장의 협조가 있다면 이 같은 임시주총이 필요치 않지만 구 부회장은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을 담당하고 있는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아직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구지은 부회장의 구본성 전 부회장에 대한 복수가 현재 진행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8월 아워홈은 구본성 전 부회장의 배임·횡령 혐의를 발견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 구지은 부회장은 지난해 무배당을 결정하며 구 전 부회장은 배당금으로 한 푼도 쥐지 못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위기 극복 및 회사 발전을 위해 무배당을 결정했다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아워홈은 소폭이지만 지난해 흑자를 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도 2000억원이 넘는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아워홈의 차입금 만기구조는 일정 수준 분산된 것으로 파악되며 유동성대응능력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서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떠나가고 배당을 하면 구 전 부회장에게 돈 한 푼 쥐어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매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16년에 경영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구지은 부회장은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으며 후계자 1순위로 지목됐었으나 LG가의 '장자승계' 원칙은 이를 가로막았다.
이후 구지은 부회장은 '사보텐'과 '타코벨' 등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캘리스코 대표를 맡았다. 구 부회장이 대표였던 캘리스코는 아워홈으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아왔지만, 2019년부터는 공급선을 신세계푸드로 변경하는 등 남매간 갈등이 심화됐다.
그러던 중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보복운전을 하다가 상대 차량과 운전자에 상해를 입힌 건으로 지난해 6월 법원에서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대표이사에서 해임됐고 구지은 부회장이 새로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지난해부터 아워홈을 이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