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구형 내 선에서” “대장동 키는 의장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지난 2일과 3일, 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를 받는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 회계사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당시 재판에서는 정 회계사가 녹음한 파일들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이 녹음파일은 정 회계사가 김씨, 남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와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녹음파일에 기재된 녹음 날짜는 2012~2014년, 2019~2020년이다.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을 가리킨 것으로 추론되는 대화 내용도 나왔다. 검찰은 “지난 2013년 3월 14일 자 녹음파일의 경우, 이 역시 성남도개공 조례안 통과 직후인데 김씨와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 최윤길이 관계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통화에서 김씨가 “애들은 의장님한테 잘하냐”, “대장동 키는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320억 나눠 가지면 되지...‘50개’ 나갈 사람 세줄게”
지난 3일에는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금전을 요구, 재촉하는 내용의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지난 2014년 10월 4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사이 전화통화에서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에게 “지난번에 통화에서 ‘유유’가 갖고 오라고 난리치는 것 들었다”며 “좀 심하더만, 돈 맡겨놓은 것처럼 빚쟁이 다루듯이 하더만”이라고 했다. 정 회계사가 언급한 ‘유유’는 유 전 본부장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김만배씨가 이른바 ‘50억 클럽’에 포함됐다고 알려진 인물들에게 대장동 사업 수익을 얼마나 배분할지 거론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6일 재판에서 재생된 2020년 3월 24일 김씨와 정 회계사 대화 내용 녹음파일에 대해 검찰은 “곽상도, 권순일, 박영수 등 소위 ‘50억 그룹’으로 알려진 사람들을 비롯해 성남시의원 등 대장동 관련 조력자에 지급할 액수와 방법, 자금 조달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중간점검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녹음파일에서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총 320이지”라며 “320억이면 나눠 가지면 되니까”라고 말한다. 또 김씨는 “50개 나갈 사람을 세어 줄게”라며 “박영수·곽상도·김수남·홍선근·권순일·윤창근 14억, 강한구 3억”이라고 언급한다.
이에 정 회계사는 “5억씩이냐, 50억씩이냐”라고 되묻는다. 그러자 김씨는 “50억이야”라고 답한다. 김씨가 호명한 이들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성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 권순일 전 대법관, 윤창근 성남시의회 의장, 강한구 성남시의회 의원을 각각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병채씨를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실수령액 25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다. 박 전 특별검사와 권 전 대법관 등은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