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컬투' 김태균의 강박 내려놓기

2022-05-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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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투 김태균은 개그맨 뿐만 아니라 라디오 DJ, 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을 하고 있다.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공무원처럼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주말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짬뽕집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강박이 있어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 내려놓고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와 함께 강박을 내려놓고 즐기면서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호이 기자/ 컬투 김태균]


Q. 책 제목이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인데 그동안 즐기지 않았던 건가요?
A. 솔직한 나를 세상에 던지면서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남이 모르는 나만의 강박에 메어 있었는데 속 시원하게 마음의 생얼로 살아가고 싶어요.
 
Q. 어떤 강박이 있었나요?
A. 모르는 걸 솔직하게 모른다고 해야 되는데 안다고 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그걸 마치 경험해본 것처럼 얘기를 하거나 남들은 관심 없는데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자격지심 같은 것들이 젊었을 때 있었는데 솔직해지니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Q. 연예인, MC, 가수, 사업가, 작가까지 직업이 몇 개인 건가요?
A. 직업으로 따지면 여러 개이긴 하지만 인간 김태균이 살아가는 길은 정해 놓고 살지 않는데,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예요. 사업도 하고 라디오 DJ도 하고 개그맨도 하고 글도 쓰고 싶을 때 써지면 쓰는 거고요.
 
Q. 치킨 가게도 하셨잖아요.
A. 지금은 안하고, 상암동에서 짬뽕집을 하고 있어요.
제가 이비가짬뽕의 모델인데 그걸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자주 먹고 싶은데 집 근처에는 없고 너무 멀리 있더라고요. 그래서 집 앞에 제가 먹고 싶어서 차린 거예요.
 
Q. 저희가 코로나 유행 바로 직전에 만났었는데요. 코로나 이후 이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A. 대면상황이 아니다 보니까, 관객들이 만나지 못해서 허무함이 있었어요.
근데 방청객이 조금씩 들어와서 활기를 느끼고 있어요. 2년 동안 제 삶이 숙성이 된 것 같아요(웃음).
 
Q. 사람 김태균으로서 가장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A. 항상 지금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Q. 사람을 통해서 힘을 얻으시는 것 같은데 MBTI가 뭔가요?
A. ESFJ요.
 
Q, 만약 연예인을 하지 않았다면 뭘 하고 있었을 것 같으세요?
A. 뭘 하든 이쪽 계통에 있었을 것 같아요. 무대에 올라가는 일이 아니더라도 스태프나 연출 쪽을 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개그맨이 안 됐더라면 성우 시험을 보거나 글을 쓰고 있었을 것 같아요.
 
Q. 상상했던 연예인의 삶과 다르다고 느꼈던 적은 없나요?
A. 다 다른 것 같아요. 직업이 개그맨이고 DJ인 거지, 삶은 똑같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달플 땐 고달프고 힘들 땐 힘들고.
 

[사진= 김호이 기자]


Q. 직업의 애환을 느낀 적은 없나요?
A. 그런 적도 많았죠. 제일 힘들 때가 어머니가 아프시고 돌아가실 때도 나는 똑같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줘야 되는 거예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마음의 슬픔과 애틋함이 있지만 내 개인적인 감정이 직업의 태도가 되면 안 되는 거예요.
 
Q. 딜레마를 느낄 때는 없었나요?
A. 딜레마는 준비가 안된 사람한테 오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하는데 딜레마가 올 일은 없잖아요.
 
Q. 인생의 반 이상을 이 직업을 갖고 달려오셨는데 처음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건 뭔가요?
A. 처음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긴장되고 날이 서있으면서 예민해지고 거대한 세상 속 일원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젊은 시절의 패기와 열정을 가지고 했었지만 속으로는 졸보였던 시절도 있었어요. 하나씩 경험치가 쌓여가면서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는 걸 알아가는 거예요. 실수와 실패를 해도 되니까, 솔직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걸 알아갈 때까지가 꽤 걸렸던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따라서 설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거나 새로 생길 때도 있는데요, 가장 큰 변화를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A.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삶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느껴지는 게 많았고 그때부터 즐기면서 살려고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즐기려고 노력했고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욱 집중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남의 시선은 개의치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게 남한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보란 듯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려고 노력하면 내 가족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덩달아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남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잘 보이고 내가 나한테 미안한 일이 없게 당당하게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제일 변화된 것 중 하나에요.
 
Q. 연예인 김태균의 연예인은 누군가요?
A. 다 연예인이에요. 저도 아직까지 방송에서 연예인 보면 신기해요.
아직 못 본 연예인이 있어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연예인인데 김연아 씨요. 진짜 보고 싶어요.
그리고 팬인 연예인은 전여빈 씨요. 팔로우 하고 있어요.
 
Q. 라디오를 하면서 게스트 중에서 김태균 씨를 만나서 성덕이 됐다는 경험이 있나요?
A. 립제이가 나왔었는데 삼총사 할 때 대학로 공연에 다 오고 내가 냈던 테이프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Q. 김태균 씨가 성덕이 됐던 경험도 있나요?
A. 이문세 형이 제 롤모델인데 제 라디오에 형님이 나왔을 때 완전 성덕이었죠. 너무 좋았어요. 방송을 팬심으로 했어요. 그 형을 보면서 라디오 DJ를 꿈꿨었거든요.
 
Q. 살면서 특별히 소중하고 중요했던 인연들이 있었나요?
A. 다 중요해요. 과거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인연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재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최선을 다하지는 않아요. 떠날 사람이 안 떠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만나는 순간에 그 사람과의 자리에 충실하고 그 사람이 나를 만났던 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Q. 어머니께서 김태균 씨의 책을 보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요?
A. 너무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책이 나오자마자 어머니 산소에 갔어요. 가서 책을 선물해드리고 인사를 드렸죠. 굉장히 좋아해 하셨을 거예요.
 
Q. 가족들은 책을 보면서 뭐라고 하던가요?
A. 아들한테 선물을 했는데 아빠와 훨씬 더 친해진 것 같고 아빠를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감동적인 리뷰잖아요. 책에 있는 수많은 내용들을 말로 한다고 해봐요. 못하죠. 책 한 권의 글들이 아들과 나의 소통의 문을 열어준 거예요.
 
Q.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나요?
A. 생각하면 짠하죠. 고생만 많이 하시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으니까 어머니가 4남매 키운다고 고생하셨죠. 본인 생각은 안 하시고 자식 생각만 하시다가 가셨거든요. 그걸 돌아가시고 나서 유품 정리하다가 더 알게 됐어요. 쓰면서 사시고 사고 싶은 거 사시고 가시고 싶은 거 가시라고 드렸던 용돈을 다 모아두신 거예요. 그래서 울컥했죠.
 

[사진= 김호이 기자]


 
Q. 김태균만의 자녀 교육방식이 궁금해요. 그리고 어머니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A. 아이가 좋아하는 걸 충분히 밀어줘요. 하고 싶은 걸 해봐야죠.
오늘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네가 네 인생의 주인공인데 관심 없으면 어떻게 하냐, 정신 차리면서 살아라’라고 했거든요. 고등학교 원서를 써야 되는데 집에 가까운 곳을 가려고 하는 거예요. 어떤 학교를 가던 상관은 없지만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Q. 이 일을 마무리 할 때쯤 삶을 돌아봤을 때 어떤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시나요?
A. 만족할 것 같아요. 언제 이 일을 마무리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더 하지는 않을 것 같고, 그때 당시의 삶을 살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인생을 사는 건 미뤄두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일 뭘 해야지’, ‘1년 뒤에는 뭐가 돼야지’처럼 미래로 미뤄서 사는 건 없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그날 그날에 할 수 있는 걸 차근차근 조금씩 해놔야지, 행복도 마찬가지고 즐기고자 하는 게 있다면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야 돼요. 그날 그날의 감정에 충실하고 하루하루가 모여서 실력이 되고 작은 행복이 모여서 큰 덩어리의 행복이 되는 거에요. 그러니까 오늘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컬투 김태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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