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가계대출 규제 완화 수준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대출을 대폭 풀어주게 되면 치솟는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계대출을 무작정 늘리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정례 브리핑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새 정부가 종합적·최종적인 결론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에 인수위 차원에서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시기를 늦췄다. 부동산 공급, 대출 규제 완화, 세제 개편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요소에 대해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국 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도 인수위로서는 부담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자영업자 이자 부담은 6조4000억원 늘어난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올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 변수가 복잡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몰라 매우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