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신흥국 경제에서 커지는 불안은 정치적 불안 물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수석연구원이자 아프리카개발은행의 수석경제학자였던 라바 아레스키는 CNN에 "이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미 스리랑카, 파키스탄, 페루에서는 소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가스 및 기타 기본 물품 부족에 대한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은 임란 칸 총리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켜 그를 공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페루에서는 최근 연료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로 적어도 6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은 이들 나라를 넘어 더욱 확산할 수 있다.
세계적 위험컨설팅회사인 베리스 메이플크로프트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분석가인 해미시 키니어는 "사람들이 가격 상승의 영향을 아직 다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의 고통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촉발됐던 아랍의 봄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다. 세계 유가는 1년 전보다 거의 60% 올랐다. 석탄과 천연가스의 가격도 급등했다. 각국 정부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각 정부들의 재정 여력도 크지는 않다. 코로나19 극복 등으로 이미 많은 재정 지출이 있었던 터라 식량과 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최빈국 중 거의 60%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도 이미 부채 문제를 겪고 있었다. 치솟는 유가와 곡물 가격은 수입 경제에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이집트와 같은 국가들은 이를 지불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대폭 낮춰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더하여 미국 등의 긴축 정책은 신흥국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자,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으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됐다. 이번에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움직임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두고봐야 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현재 연준의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부채 부담을 지속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때문에 정부가 지출을 삭감하게 되고 이런 긴축 재정은 빈곤을 악화시키며 성장에 타격을 주면서 사회적 격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