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준비 닻 올렸다…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2022-03-2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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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은행장 발탁부터 차기 회장 사실상 낙점

42년차 뱅커의 꿈 실현…2인자 벗고 '3년 임기'

나이 제한 추가 임기不…DLF 사법리스크 '과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

[데일리동방] 염구작신(染舊作新). '옛것을 물들여 새것을 만들어 낸다'는 함영주(67) 하나금융그룹 3대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만년 2인자' 꼬리표를 떼고 명실공히 국내 대표 금융그룹 수장에 오른 그는 "임직원이 이룬 과거 성과에 현재의 혁신이 모여야만 새 미래가 열린다"고 밝혔다. 

7년 전 초대 통합 하나은행장으로 발탁되면서 사실상 최고경영자(CEO) 수업을 받아 온 함 회장은 42년 차 뱅커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그는 이제부터가 진정한 꿈을 실현할 시기라고 거듭 강조한다. 사법적 리스크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으나 함영주호 하나금융의 순항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 흙수저 이겨낸 '고졸 신화'…실적으로 증명한 '찐' 뱅커

함 회장을 수식하는 여러 표현 중 '고졸 신화'는 그의 진면목을 대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충남 부여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상업고교 진학 후 대학 입시를 포기하며 1980년 서울은행 말단 직원으로 입행한 것은 사실이다. 

주경야독하며 학업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함 회장은 이듬해 단국대 회계학과에 입학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 학위를 취득했다. 여느 은행장, 금융권 임원들처럼 해외파 학위에 명문대학교 출신은 아니지만 함 회장은 은행원에게 요구되는 기본 중의 기본인 영업 실적으로 경력을 쌓아 왔다.

특유의 모나지 않은 소통 능력은 그만의 영업 비결이다. 지금처럼 디지털화되고 고객 친화적인 은행 창구 환경이 아니었던 40여 년 전인데도 당시 함 회장은 창구를 찾는 고객들마다 털어놓는 민원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신규 예금 등 단순 업무에 불과했지만 끊임없는 대화로 단골 고객이 줄을 이었다는 전언이다.

입행 22년 만에 뱅커의 꽃이라 불리는 지점장에 첫 발령을 받으면서 함 회장 영업력은 날개를 달았다. 2002년 서울은행 용인 수지지점장과 서울은행과의 통합 후 2004년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지점 실적을 전국 상위권에 올리기 시작했다.

철저한 성과주의로 요약되는 금융권에서 함 회장의 독보적 영업 실적은 그가 첫 임원 격으로 승진하던 2008년에 빛을 발한다. 본인 은행 경력의 발판이자 홈그라운드였던 충남권을 총괄하는 충남지역본부장과 이듬해 대전지역본부장 부행장보로 기용된 시기였다. 

직원들에게 항상 고객 우선 마인드를 전파하며 영업에 전력을 쏟은 결과 충청권을 아우르는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선임된 2013년, 영업 실적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영업 대상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서울과 경기권이 아닌 충청 지역에서 신기록이 쏟아지자 그룹 측은 외환은행과 통합했던 2015년 함 회장을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깜짝 등판시켰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빅딜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국내 3위권 초대형 은행으로 몸집을 불린 막중한 시기인 점을 고려할 때 당시 함 회장은 주요 경쟁 후보군을 오롯이 실력으로 제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때부터 그룹 측이 상시 관리하는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낙점을 받은 셈이다.

은행장 취임 후에도 항상 시험대에 오를 때마다 함 회장은 조직 내 두터운 신망을 기반 삼아 난관을 헤쳐나갔다. 특히 직원 수가 비등한 외환은행과의 결합 과정에서 출신 문제를 놓고 우려가 컸던 임직원 간 화합을 '교차 인사발령' 등 해법을 제시하며 무탈하게 이끈 점이 백미로 꼽힌다.

두 은행 간 시너지는 증폭했고 그 성과는 고공 실적으로 이어졌다. 함 회장의 은행장 취임 원년이던 2015년 순이익 첫 1조원 시대를 열었고 재임한 2019년 2조2000억원대로 급증했다. 2016년 3월부터 그룹 부회장을 겸직한 그는 2019년부터 경영지원부문 부회장, 작년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총괄부회장을 역임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하나금융]

◆ 지배구조 방점…사업재편·글로벌·DT 3대 전략

지난주 그룹 주주총회에서 최대 주주 국민연금을 포함해 차기 회장으로서 합격점을 받은 함 회장은 "아시아 최고 금융 그룹으로 성장시킬 것"을 선언했다. 방점은 투명하고 공정하며 안정적인 지배구조에 찍었다. 금융권 미래 생존 전략으로 지목되는 ESG 부문 경영 기치를 세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함 회장은 이를 위한 3대 전략으로 '강점 극대화 및 비은행 사업 재편', '글로벌 리딩 금융 그룹 위상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은행과 증권 중심의 양대 성장엔진을 완성하고, 카드·캐피탈·보험을 주력 계열사로 양성하겠다"며 "비은행 사업 부문 인수합병(M&A), 관계사 간 기업금융 협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사업에서 아시아 지역 중심으로 현지화를 한층 강화하고 비은행 부문 해외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고성장 지역 M&A와 지분투자, 미주·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국내 진출 기업과 연계한 투자은행·기업금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혁신도 빼놓지 않았다. 함 회장은 무엇보다 디지털 전문 인재 육성에 주력할 뜻을 밝히고 투자로써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혁신 스타트업 등 외부 역량도 적극 활용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SG 경영 선도 금융 그룹으로 도약해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는 데도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CEO 교체를 이룬 가운데 하나금융 측이 함 회장과 직전 김정태 회장의 의견을 모아 별도 이·취임식을 열지 않은 점도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그룹 측은 "관련 행사 개최에 들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사옥에서 경비, 미화, 시설관리 등 업무를 하는 파견 직원에게 격려금 형태로 전달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하나금융그룹 명동 본사 전경 [사진=하나금융]

◆ 'DLF 재판' 남은 과제…나이 제한 임기도 약점

함 회장 성공 가도가 장밋빛 꽃길만은 아니다. 성공 신화를 완성하기 위한 퍼즐 조각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인데, 최대 리스크는 금융당국과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하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슈다. 신입 행원 채용을 둘러싼 업무방해 혐의는 완전히 떨쳤으나 DLF 피해 책임을 묻는 당국과의 1심 소송에서는 패소하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DLF 주요 판매처로 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를 비판하며 당시 은행장을 지낸 함 회장의 관리·감독 부실을 묻는 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앞서 당국이 내린 중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함 회장으로서는 1심 패소가 뼈아플 수 있으나 상급심 반전을 노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정권 교체기를 맞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2개 기관을 상대로 법리 싸움을 벌여야 하는 함 회장에게 더욱 부담될 형국이다. 2심을 넘어 대법원까지 심리가 열릴 것을 가정한다면 그룹 측이 감수해야 할 부담 역시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함 회장 임기가 단기에 끝날 가능성이 큰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현행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규상 그룹 CEO 나이는 만 70세로 한정돼 있다. 정년이 3년뿐인 함 회장에게는 연임 기회가 제한되는 상황이다. 

일찌감치 함 회장 선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와의 간극도 좁혀야 한다. 이들 단체가 이번 CEO 선임 과정에서 사법적 리스크 등을 내세워 반대 의사를 공식화한 것은 함 회장이 짊어져야 할 또 다른 압박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 사상 최대 변혁기를 맞을 2025년은 그룹 본사가 서울 명동에서 인천 청라지구 '하나드림타운'으로 이동하는 시기이자 함 회장 임기가 종료하는 때와 맞물린다.

현재 서울 중구 명동과 영등포구 여의도에 흩어져 있는 지주사를 비롯해 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하나생명 등 주요 계열사가 차례로 입주를 앞두고 있다. 4년 전 함 회장이 청라 본사 이전 준비위원장을 역임하며 사업을 총괄한 만큼 후대를 위한 철저한 이전 점검이 요구된다.

함 회장은 "직원의 성장이 곧 하나금융의 성장이고, 조직을 먼저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인정받는 기업문화 속에서 그들이 리더로 성장하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며 "사일로는 과감히 타파하고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유연한 조직 속에서 협업으로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손님, 직원, 주주, 사회와 더불어 행복을 나누는 금융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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